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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지 May 25. 2024

띄엄띄엄 쓰는 글

띄엄띄엄이라는 말이 좋다.

띄엄띄엄이라는 말이 좋다.

띄다 + 엄... 느낌.
엄.. 하고 휴지을 주는 느낌.
띄어+음 에서 ‘으’가 사라지고 미음만 남아 합쳐진 것 같다.

띄어에서 한번 쉬고, 다시 음... 에서 한번 쉬고.
그렇게 쉬는 걸 또 반복해서
띄엄띄엄이 된다.


빼곡한 일상에 쉴틈을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띄엄띄엄이라는 말에서 뜨거운 햇살을 가려 주는 나무 그늘처럼 청량한 느낌이 든다.
빽빽이라는 말은 생김새부터 가득 들어차 보임. 뭘 더 넣으면 빾빾처럼 불안하고 부담스러운 느낌 이미 가득 차서
반대로 띄엄띄엄은
소리도 모양도 쉬어 가는 느낌.
ㄸ 뒤에 엄.. 하고 쉬어 주는 느낌도 들고,

억압적이거나 폭력적이지도 않다는 느낌이다.

띄엄띄엄 하는 이야기.
이 이야기가 나에게도 휴식이 되고
이 글을 읽을 익명의 누군가에게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되면 좋겠다.

나무 그늘도 어느 순간 나무가 베어 지기도 하고 태풍에 가지가 부러지기도 하고 한겨울엔 더 추워지기도 하고 센 비가 내릴 땐 미처 빗물을 다 막아주지 못하기도 하듯,
이 글쓰기 공간도 늘 한결같이 쉴 수만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 처음의 그 인상,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시원한 느낌만은 기억 속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201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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