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기분은 쓰레기통이 되고
지겨운 물고기들
자기들끼리 꼬리를 흔들며
이리 저리 헤엄쳐 다니기에 여념이 없다
남은 물이 증발하면 뭐가 남을까
무엇인들 잔에 부을 수 있을까
피투성이 손님들
손을 숨기고 입을 오므린 친구들
기적의 강에
독약을 붓는 사내
사내의 가슴에는
화약이 자란다
단검을 구해다
물고기를 잡고 싶다
우는 물고기들에게 날아 보라고
명령하고 싶다
사건 없이도 사건은 일어난다고 했다
들리지 않는 말을 하는 물고기들
기어고 자기 꼬리를 갉아먹는다
배가 고픈 건 아닌데
살려면 지느라미라도 먹어야 했다
지겨운 매일
매일이 새파랗게 모래 위에 부서지면
파도는 죽은 물고기들을 뭍으로 운반해 주었다
여름에는 떼죽음
물고기들이 떼로 죽어 버리는 날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견디기 어려운 지겨움이 자꾸 덩치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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