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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지 Apr 08. 2024

칸칸이 어긋나다

머리가 무거운 아침엔

과녁이 돌기 시작한다

빨간 칸

하얀 칸

검은 칸

칸칸이 어긋난다


석판을 못으로 긁는 소리를 내면서

시간이 마차를 타고 돈다

헐거운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눈 없는 갈색 곰들이

수염도 수명도 없이 표류하듯

가라앉듯 돌아간다


백색 밀가루로 빚은 손들이 있었는데

모두 쉬어 버렸다

노랗게 빛나는 곰팡이들이

절뚝이는 다리 아래

검은 부츠 밑창에 피어났다가

짓이겨졌다


모두 칸과 칸과 칸들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들이었지만

아무도 사건이라 불러주지 않았다

아주 사소하기 때문에

천천히 마차는 떠났다


아무 점수도 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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