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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지 Apr 05. 2024

바다 소음

바다를 삼킨 고래 이야기

같은 건 없었다

동화를 마시며 자라던 시절은

시든 깻잎처럼

경계 밖에도 안에도

있지 않다


해류를 처음 배울 때

고래는

동그라미에 갇힌 공기들을

여럿 보았다


물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죽이고 싶지 않았다


둥그렇게 모인 가족들은

저마다 손바닥을 뒤집어

보여 주었다

손금을 어림잡던 소리들은

바다에 가라앉았을까


고래의 배에는

줄사다리가 매달려 있었다

어떻게 목숨을 묶을 수 있을까


시끄러움을 가장한 연민이

파도에 쓸려 나오는 순간마다

으깨지는 집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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