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솔지 Apr 21. 2024

안녕 금붕어

시험관을 빌려와 금붕어를 길렀다 마르고 눈은 작고 꼬리는 큰 나의 주홍빛 금붕어는 그만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함께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동생이 삼일장을 지내 주자고 말했다


첫날

금붕어를 화장지에 곱게 쌌다


둘째 날

땅에 묻었다


셋째 날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

동네 아이들과 경주를 하러 떠났다 죽은 금붕어에게서 가느다란 발이

희기도 하고 약간 투명하기도 한 발이 자라고 있었다

누구도 몰랐지만

지구는 알았다


지구는 가냘프게 파고 있는 두 개의 발이 부러질 줄 몰랐다

자라는 발이 간지러워서 지구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태양이 너무 엄하게

빛을 쏘고 있었다 우리는

승리의 포상으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걸어왔고

자전거 바퀴는 나란히 우리의 무게에 밀리며 굴렀다

지구는 영영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무게를 견디어 내고 있었다


이전 08화 사건 없이도 사건은 일어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