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밖에 있다가 집 문을 열었을 때 온화한 공기가 내 피부에 와닿을 때 밖에서 있었던 긴장감은 안개처럼 사라진다. 그것이 집이 주는 포근함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달랐다. 오래된 주택이어서 외풍은 항상 코끝을 빨갛게 했고,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을씨년스러운 공기는 나를 더 웅크리게 만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화목난로에 불을 지폈다. 아직 서툰 솜씨는 연기를 굴뚝이 아닌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결국 온 집안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점점 연기는 제 갈 길을 찾아갔고, 나무에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휴~ 한고비 넘겼다. 아직은 어린 두 아이가 있었기에 집을 따뜻하게 하는 일은 언제나 나의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4살 된 첫째(1 솔, 남)가 내 곁으로 왔다. 불을 피우고 있는 내 모습이 궁금했는지 1솔이는 유심히 날 지켜보았다. 난 1솔이에게 난로를 가리키며 "1솔아 여기에 이렇게 손대면 안 돼. 여기는 뜨거운 곳이니까 절대 손대지 마." 항상 집안에 화목난로가 있다는 것에 불안해하던 나는 아들이 다칠까 노심초사였다. 아이의 눈빛은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이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가리킨 바로 그 자리에 손을 갖다 대었다. 순간 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난 너무 놀랬고,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 말라고 했잖아!"라는 외침이 방 안을 진동시켰다. 난 소리를 질렀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이가 다치지 않았을지에 대한 걱정보다 날 놀라게 한 아이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다. 아이는 내 소리에 몸이 들썩할 정도로 놀라서 엄마 무릎 위로 도망쳤다.
아이의 공포스러운 얼굴을 보자 나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꼈다. 그 순간, 나의 시선은 1인칭 시점에서 3인칭 시점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그의 얼굴이 보인다. 차갑고 싸늘하다. 그의 얼굴에서 감정의 온기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얼음장 같은 그 얼굴에 누군가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그의 아버지다. 그가 아버지를 무서워했던 이유는 폭력 때문이 아니었다. 서늘한 시선과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던 표정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 그 자신이 아닌 그의 아버지를 보고 있다. 겁에 질려 울고 있는 아이는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이었다.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분노에 얼굴이 화끈거렸고, 내 몸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나는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잘못은 1솔에게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내가 놀란 1솔이를 데리고 들어가고 나는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난로에 불은 열기를 내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내가 보았던 아버지의 표정이 잊히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아버지의 표정을 내 안에 숨겨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대로 두어선 안된다. 이 섬뜩함을 대물림 해서는 안된다.'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은 자국이었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나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공부, 철학공부 등 나를 돌보고, 알아갈 수 있는 공부는 모든 다 하려고 했다.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바꾸고 싶다면 거울 밖의 내 모습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이 날이 아이의 모습 속에서 나를 본 첫 번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