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by 솔솔솔파파


어느 날 그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 나 집...에 가...보고 싶...어."


기운이 없어서 소리는 작았고, 발음도 불명확했지만 난 또렷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집에는 왜요? 당신, 이렇게 기운이 없는데 어딜 나가요?"


난 걱정이 됐다. 요즘 들어 건강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데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혹시 나 몰래 집 팔았어?" "집을 왜 팔아요. 잘 있어요." "그럼 데려다줘. 메이(키우던 애완견 이름)도 너무 보고 싶어."


병상에 누워있으면서도 집 팔았을까 걱정하는 그 사람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알았어요. 의사선생님께 여쭤 볼게요."


나는 주치의 선생님에게 말을 했고, 선생님은 차트를 보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좋다고 말했다. 상태가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면 바로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말과 함께.


딸에게 전화를 해서 다음 날 사위와 함께 차를 가지고 오라고 이야기하고, 약속 시간을 잡았다. 다음 날이 되어 딸과 사위가 왔고, 오랜만에 밖으로 나왔다. 그 사람은 차에 타서 햇빛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겨울이어서 추웠지만 그날은 햇빛이 유난히 따뜻했다.


"여보, 가는 길에 성당에 들러서 가도 될까?" "오늘 평일이라 아무도 없을 텐데요." "그냥 가 보고 싶어."


결혼 전부터 신자였던 그 사람은 청년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성당만 다녔다. 그곳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결혼 후에는 가족 모두 그 성당에 다닐 정도로 추억이 많은 곳이었다.


우리는 성당에 도착해서 천천히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그 사람은 사위가 끄는 휠체어에 타 있었다. 그때 사무실 안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왔다. 마침 오늘 모임 중인 단체가 있어서 만나게 되었다. 한 자매님이 우리를 발견했고, 반가움에 소리를 질러서 모두가 우리 쪽으로 모였다.


"아이고, 이게 얼마 만이에요. 요한 형제님 잘 오셨어요."


그 자매님은 오랜 시간 투병으로 얼굴과 몸이 많이 쇠약해진 그 사람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지만 많이 놀란 눈치였다. 모두들 그랬다.


나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았고 기도 많이 하겠다는 말과 함께 헤어졌다.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 사람은 처음보다 더 힘들어 보였지만 그래도 잘 버티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메이가 반가움에 난리가 났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점프하면서 달려들었다. 그 사람이 아파서 집에 있을 때 항상 그 옆을 지키던 아이였다. 그 사람도 메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그 사람은 눈으로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오랜 만에 왔지만 딱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마치 사진을 찍듯 구석구석 눈에 담아 두는 것 같았다. 소파에 앉으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기운도 없어 보였고, 호흡도 불규칙했다. 원래는 집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병원에 다시 들어가려 했으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딸과 사위는 다시 병원에 가자고 했다. 나도 그게 좋을 것 같았다.


우린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고, 소풍 같았던 하루가 끝났다. 길면서도 짧은 하루였다. 그 사람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누워있는 그 사람의 손을 잡고 혼잣말을 했다.


'여보, 오늘 당신의 모습은 긴 인생을 정리하는 사람 같아서 조금은 슬펐어요. 당신의 희노애락이 담긴 성당과 집을 둘러보는 당신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어요. 난 당신이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에 다시 오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만 당신은 이제 매달리는 대신 놓아버린 것 같았어요. 당신, 얼마나 살기 위해서 애썼어요? 누구보다 힘든 인생이었지만 열심히 살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는 것을 난 잘 알아요. 그런 당신이 그 애착과 집착을 버리고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는 듯한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어요. 그렇게 놓아버리니 마음이 편한가요? 난 아직도 당신을 포기하지 못하겠어요.'


내 마음속은 엉망이었다. 후회, 가여움, 분노, 자책, 두려움, 죄책감 모든 감정들이 다 올라왔다. 몸은 너무 힘들었지만 막상 이 사람을 보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은 그렇게 찾아오고 있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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