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마모되는 삶 속에서

by 진이설

나는 인과응보와 사필귀정이라는 한자성어를 좋아한다.

살다 보면 선인이 흥하거나 악인이 쇠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자가 악은 아니고 약자가 선도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연말연시에는 이런 생각이 더 깊어진다.

늘 글을 쓸 때마다 느끼지만 이번에도 이 글 말고 다른 주제를 쓰고 싶었다.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고 지금도 진행 중인 생각이라 조금 더 고민하고 쓰려했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남겨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몇 주 전부터 나는 과연 내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고민했고 지금도 그 질문 안에 있다.

원래 나는 스스로에게 관대한 편이라 왜곡된 내 생각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들은 대부분 내키지 않았고 고민만 더 깊어졌다.

그러다 질문이 바뀌었다.

나는 무엇인가.

그다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결국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로 이어졌다.

절친한 사람들을 만날 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진정하고 싶은 게 있는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온 대답들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들 잘 모르겠다고 했고 목표를 잃은 것 같다고 했다.

복잡한 삶 속에서 다들 자신을 조금씩 마모시키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착하고 바르게 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아직도 나는 인생을 잘 모르겠다.

정리가 되지 않은 주제라 그런지 글도 중언부언한다. 명료한 글을 쓰려면 정신도 또렷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상태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은 어설프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가장 비슷하게 닮은 글이기도 하다.

keyword
이전 21화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