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독자님들에게

by 진이설

나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나면 살짝 멈칫한다. 갑자기 조용한 정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조회수가 시간이 지나면 슬쩍 올라간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네이버나 다음 카페에 글을 올리고 나면 그 빈 공간이 꽤 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글이라는 것이, 글 쓰는 사람들과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봐서는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이 많다. 근데 읽는 사람들은 '좋아요'도 잘 남기지 않는데 덧글을 남기는 사람은 더 희귀하다. 이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이건 책에서 본 통계가 아니다. 내가 직접 겪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글 쓰는 방식만 봐도 사람들이 다르다.

누군가는 혼자서 쓴다.

아마 그런 사람들은 방 안에서 숨소리도 낮추고 온도 일정하게 맞춘 다음 쓸 것이다. 문장이 스스로 뜨거워졌다 식고 또 그렇게 반복하고 있지 않을까?

그 사람들은 그런 고립이 싫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어떤 문장은 그런 조용한 데서만 제대로 피어나니까 말이다.

반대로 문 열고 쓰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쓴 글을 세상 밖으로 내밀고 누군가의 눈길이 스치길 기다린다. 덧글 하나에 문장의 뼈대가 살짝 흔들려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일 것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모임에 글 올리는 이유가 뭘까? 그 작은 충돌을 감당하겠다는 마음이 아닐까? 나는 소중한 덧글을 읽고 고마운 그 떨림이 느껴질 때마다 감사의 대댓글을 남긴다. 나는 그렇게 글로 사람들과 적극적 소통을 하는 것이다.

읽는 쪽도 마찬가지로 나뉜다. 댓글 남기는 사람은 드물다. 덧글 한 줄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덧글이 누군가의 하루를 툭 건드릴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쉽사리 남길 수 없다. 그렇게 덧글을 쓰다 지우다 결국 포기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남긴 그 빈칸이 때로는 더 진심처럼 느낀다. 분명 내 글을 읽고 생각을 했지만 속 깊은 사람이셔서 쉽사리 덧글을 남기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하다. 어떤가?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조용히 읽는 사람들은 그렇게 어떤 흔적도 소리 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그들의 눈길 속도나 스크롤이 멈추는 그 순간 같은 게 있을 텐데 그 사람들과 소통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글 쓰는 모임에 가입한 분들의 이유를 물어보면 사람들마다 다르다.

오래 묵혀둔 문장을 꺼내보려는 분.
언젠가 한번 써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
남의 글에서 떨림을 느껴보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스치듯 구경하려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게 다 괜찮다. 글은 애초에 그런 흩어진 마음들이 모여서 생기는 거니까.

나는 글을 올린다. 많이 읽히든 안 읽히든 댓글이 오든 말든. 그 사이에 피어오르는 작은 물결을 믿으니까. 그 잔물결이 언젠가 내 글의 색을 슬쩍 바꿔줄 거라고 믿는다.

혼자 쓰는 사람과 함께 쓰는 사람.
조용히 읽는 사람과 참여하는 분.

그 사이 얇고 부드러운 의지가 지금 내가 쓰는 이 문장을 지탱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 여기 머물러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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