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불던 밤
어둠은 만져지는 것이었다. 처음 알았을 때 놀라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만져지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다만 그것이 차갑고 조금 끈적하다는 사실은 오래 지나서야 알았다.
손 안에서 모양이 바뀌었다. 공처럼 굴러가기도 했고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몇 번이나 다시 쥐었다. 버리기에는 너무 가까이 있었고 설명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말을 했다. 이유를 묻고 이유를 만들고 결국 누군가의 잘못으로 정리했다. 나는 그 말을 오래 듣지 못했다. 말이 길어질수록 방 안의 공기가 조금씩 무거워졌다.
어둠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점이 좋았다.
어느 밤에는 병 하나가 바닥에 닿았다. 깨지는 소리는 생각보다 맑았다. 잠깐 종소리처럼 울렸다가 금방 사라졌다. 그 소리는 잠깐 방 안을 떠돌았다.
그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바닥을 닦았다.
손에 닿는 것들을 천천히 모았다. 바닥에는 아직 밤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어둠은 여전히 만져졌다. 나는 그것을 다시 쥐었다. 이번에는 모양을 조금 바꾸어 보았다. 덩어리로 두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막 떠오르려는 것처럼 만들어 두었다. 잠깐 새의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집을 나올 때 주머니 안에 어둠이 조금 남아 있었다. 주머니 속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오래 쥐고 있던 것들은 대개 그렇게 남는다.
지금도 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손 안의 감촉은 아직 기억한다.
그리고 가끔 어떤 날에는 어둠이 아니라 빛이 먼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