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입는 일
엄마가 가끔 내복만 입고 계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늘 뒤집어 입고 계셨다. 나는 몇 번이나 봤지만, 혹시 엄마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까 봐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궁금한 것이 쌓여 나는 물었다.
"왜 내복을 뒤집어 입고 계세요."
엄마는 잠시 웃으시더니 말했다.
"솔기가 거슬려서."
그러고는 다시 웃으며 덧붙이셨다.
"너도 어릴 때 늘 그랬다. 옷도 거꾸로 입고, 이름도 거꾸로 쓰고."
나는 지금은 덜하지만, 유치원과 국민학교 시절에는 신발도 바꿔 신고 옷과 양말도 자주 뒤집어 입었다. 피부 감각이 둔해서인지 간지럼도 잘 타지 않았고, 신발 속에 돌이 들어가도 그대로 걸었다. 구둣방 사장님은 밑창을 갈아주며 혀를 내두르셨다.
그런데도 나는 자주 베였다. 종이 끝, 칼날 끝에 손이 스치면 피가 배어 나왔다. 예전 회사에서는 커터칼을 쓰지 못하게 했다. 툭하면 내 손이 먼저 베였으니까.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은 한 겹씩 포개져 있다.
방금 화장실 거울 앞에서 내복이 뒤집혀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대로 다시 뒤집어 입었다.
그 순간,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의 웃음, 솔기, 그리고 어린 날의 내 옷을 말없이 바로잡아 주시던 손까지.
우리는 모두 한 겹씩, 뒤집힌 채로 살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