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다시피 지금은 무한경쟁 시대다. 주변에 있는 모든 인간이 어느 순간 적이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방법을 고안해냈다. 때론 힘으로 제압하고 어느 날엔 사탕으로 홀렸다. 하지만 그런 방법을 쓰려면 근육을 단련하거나 무술을 배워야 하는 등의 꽤 수고로운 비용을 들여야 했다. 이런 귀찮은 방법과는 달리 타인을 순식간에 낙오시킬 수 있는 데다가 별다른 노력도 요구하지 않는 기술이 있으니, 그게 바로 험담이다. 험담은 아주 가까운 사람부터 일면식도 없는 이를 아우르는 폭넓은 사용 환경을 자랑하며, 단지 입과 약간의 머리ㅡ머리가 나쁘다고 지레 걱정할 것 없다. 험담은 종종 무식할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ㅡ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아주 적은 투자 비용을 자랑한다. 게다가 효과는 그 어떤 것 못지않게 크다.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평소에 비웃고 모욕하고 능멸하고 싶었던 험담의 대상을 찾는다. 목표물이 정해지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 목표물에 관한 저속한 이야기를 늘어놓자. 이때 첫째로 점검해야 할 사항은 말할 때의 분위기이다. 험담하기 위해선 일단 격앙된, 그러나 자신은 품위 있는 고상한 인간이기에 차마 언성을 높일 수 없음을 드러내는 억제된 목소리, 분노에 찬 표정, 냉소적인 미소를 동반해야 한다. 공격적이고 악의적인 분위기를 띨수록 당신의 주장에 힘이 실리므로 빈정거리는 태도를 반드시 연습해야만 한다.
이 초기 단계의 목적은 우리 주위에 의심의 정황을 심어 놓는 것이다. 험담을 장기간 연구해 온 현대의 사회적 구성주의자들은 험담을 하려면 이 단계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우리가 누군가를 아무런 편견 없이 바라본다고 하자. 그러면 그의 모든 행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의 걸음걸이, 표정, 피부색, 나이, 성별, 복장 등을 보고서 불순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번' 하게 되면, 그가 우연히 옆만 돌아보아도 무언가 정탐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다른 행동은 기억나지 않고 유독 그 행동만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게 된다. 사회적 구성주의자들은 인간의 이런 선별적 사고가 사회학 실험에 온갖 잘못된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주 타당한 주장이다. 바꿔 말하면, 성공적인 험담은 그가 음험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주변에 퍼트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 목표물의 주변 인물들은 그가 어제까지 짓고 있던 아름다운 미소에 실은 나를 깔보는 태도가 숨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암시에 잘 걸리는 사람들을 포섭하는 일도 중요하다.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따져서 한 톨의 의심도 없을 때만 죄를 물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위선자들만 모여 있어선 험담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인물들은 암시에 잘 걸리지 않는다. 목표물의 험담을 늘어놓자마자 "맞아, 어쩐지!"라고 탄성을 지르며 목표물의 행동에서 의심스러운 정황만을 취합해 낼 '대상물'을 찾아내서 그에게 악행의 증거를 흘려라.
그런데 그런 대상물을 당장 찾아내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의 일을 떠벌이기 좋아하는 인간이라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오랜 경험으로 약초를 잘 파악하고 있던 현명한 노파들을 마녀로 몰아 불에 태워버린 지난 시절의 역사는 귀가 얇은 사람들을 이리저리 이용해 먹었던 근대의 허풍선이가 없인 쓰일 수 없었다. 이 허풍선이 전달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당신이 뿌린 험담을 반복 재생산할 것이고, 덕분에 험담은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져 다음날이면 당신의 목표물은 세상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최악의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당신이 흘린 험담이 퍼지고 퍼져 암시에 잘 걸리는 인물들의 귀까지 들어가게 되는 건 덤이다. 그러므로 험담을 시작하기 전에 그런 형편없는 인간들에 대해 반드시 알아 놓아라. 그런 인물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어서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당신의 말에 동조해 줄—단순히 말을 뿌리고 다니는 전달자가 아니라—공모자를 모집하는 것도 좋다. 세 사람이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단, 이런 허풍선이와 공모자는 당신을 언제든 배신할 수 있으므로 이런저런 뇌물을 써서 당신을 추종하게 만들야 한다. 만일 그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작전이 끝나자마자 하루빨리 결별하거나, 그가 하는 말을 아무도 믿지 못하도록 험담의 지옥에 몰아넣어서 인과응보라는 세상의 원리를 깨닫게 해 주어라.
그럼 이제 목표물의 어떤 점들을 깎아내릴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몰라도 된다. 이것이 험담의 가장 큰 특징이다. 목표물에 관해 아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험담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험담이 가지는 희세의 장점이다. 당신은 험담의 목표물을 자세히 알 필요가 없다. 당신은 그가 머리에 꽂은 핀 하나, 입고 있는 옷의 상표, 미소 지을 때 드러나는 입꼬리의 모양만으로도 그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다. 목표물의 이마에 새겨진 굵은 주름살만으로도 그의 인생 전반을 비난할 수 있어야만 한다. 비난이 맞는지 틀리는지 따위엔 조금도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목표물은 항상 인상을 구기고 다니는 더러운 성격이라서 이마에 저런 주름이 생겨난 것이라고 속삭여라. 머리에 꽂은 단 하나의 핀에서 그의 허영심과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조악한 내면세계를 발견하고 퍼트려라. 당신의 창조적인 상상력을 총동원하라.
이때 목표물이 험담 내용과 상반된 행동을 하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목표물의 행동을 정반대로 해석하면 된다. 다시 말해,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흥부가 다리 다친 제비를 집으로 데려갔다면 “흥부가 다친 제비를 잡아먹었다!”라는 소문이 퍼지도록 수를 써라. 당신은 실제로 흥부가 그 새를 가지고 무엇을 했는지 큰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언제나 소문은 흥부가 제비를 이용해 파렴치한 짓을 했다는 식으로 흘러야 한다.
방식은 같다. 목표물이 어디에 사는지, 어떤 학교 출신인지, 어떤 상표의 옷을 입고 있는지 보라. 그가 가난한 동네에 살고 있다면 질이 떨어지는 곳이라 수준이 낮다고 꼬집고, 부자 동네에 산다면 졸부들은 교양이 없다며 문제 삼아라. 목표물이 다니는 학교의 학업 성취도가 낮다면 끼리끼리 노는 법이라고, 학업 성취도가 높다면 결과는 마지막까지 가봐야 아는 법이라고 깎아내려라. 만일 누군가가 당신의 학벌 역시 좋지 않으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한다면, 셸리가 <시의 옹호>에 쓴 것처럼 "천국에서 종노릇을 하느니 지옥에서 군림하는 게 낫다!"라고 응수해 줘야 한다.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당당함이다. 조금이라도 밀리는 기색을 보이면 안 된다. 여기서 요점은 목표물이, 심지어 내가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좀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싶다면 목표물의 선행을 꼬집으면 된다. 가령 당신의 목표물이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모아 쓰레기통에 버린다면 이렇게 말하라. “저런, 분리수거를 명확히 해야 하는데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구나. 결국 저건 좋은 사람인 척하려는 거짓 행동에 불과해. 역시 괜히 그런 소문이 도는 게 아니야.” 이 간단한 말 한마디는 사람들 사이에 의문을 일으킬 것이고 무관심한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어느새 진실로, 최소한 의혹으로 남게 될 것이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당신에게 목표물을 왜 그렇게 안 좋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면 그만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걔는 원래 그런 인간이기 때문이야! 소문 못 들었어?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해? 혹시, 너도 한패야?” 당신의 목표물이 태어날 때부터 악당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당신의 신뢰에 찬 눈빛을 본 상대방은 당신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혹시, 너도 한패야?"라는 벼락같은 질문으로 당신에게 의문을 품고 있는 잠재적 반대자를 완전히 얼어붙게 하라.
이제 최종적인 마무리가 남았다. 목표물이 변명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단계다. 이 단계의 중요성은 역사적인 교훈으로 남아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카르타고를 철저히 파괴하고 불태운 뒤 그 땅 위에 소금을 뿌려 아무것도 자라나지 못하게 만들고는 카르타고인들을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인간이라 묘사했다. 카르타고인들은 모두 죽거나 노예가 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변명을 조금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때 위세 높았던 카르타고인들은 비문명적 야만인이 되었다. 이렇듯 목표물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목표물이 다른 사람에게 무슨 변명이라도 할라치면, “자, 가자! 저놈 말은 들어볼 필요도 없어! 순 거짓말뿐이거든!”이라고 외치며 다른 이들을 돌려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당신은 이러한 험담을 통해 당신의 목표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목표물이 자살이라는 파멸을 맞지 않을진 몰라도 최소한 자신감 상실, 대인기피증, 조현병에 빠지도록 압박할 수는 있다. 자, 이제 승리가 멀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복잡하고 이해 불가능한 길로 가속되고 있다. 지금 당장 배움의 길을 실천하지 않으면 앞날이 매우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누군가가 빈정거리는 태도로 이야기하는 것을 본다면 십중팔구 험담일 것이므로 당장 그 대화에 끼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와 그의 공모자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같이 욕하고 비웃고 음모의 눈길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끔찍한 녀석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태도로.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는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인간미와 악당과의 연대라는 안전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다. 자, 움직이자. 우리의 입은 아프지도, 무겁지도, 또 쉬지도 않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