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의 첫 프로젝트는 나 자신이었다.

노래하던 시절. 진심과 열망의 기억

by som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PM이 되어 일한지 두달째.

나는 내 브랜드와 회사를 준비하고 있다.


소박한 시작이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하며 멀게만 느껴졌던 ‘여유’라는 감정을 조금씩 누리고 있다.

돌아보면, 그간 꿈꿔온 것과 여러 우연들, 작은 성취, 시련과 실패.

떠올리고 쓰면서 이 글을 통해 천천히 되짚어보고 싶다.

좋아하는 것, 꿈, 오래 전 상상.


초등학교때 댄스스포츠를 했다. 나는 어렸고 부모님은 맞벌이, 여유롭지않은 집안의 나는 학교에서 하는 각종 방과후 수업에 참여했다. 화려한 화장과 무대의상, 반짝이는 구두에 끌려 댄스스포츠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진심으로 임했는지 나는 각종 대회에서 여러 수상을 했다. 아트에 가까운 무대화장과 야광색 프릴의상, 골드 슈즈를 신고 무대에 올라 음악에 맞춰 열심히 연습한 안무를 했고, 이제는 희미하지만, 뜨겁고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짜릿함을 느꼈던 것만 기억한다.


그렇게 2-3년을 바짝하던 댄스스포츠는 사춘기가 오고 방과후수업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만두었다.

공부보단 확실히 예체능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림 그리기, 만들기, 글짓기, 시쓰기 같은 창작에만 열심이였고, 크고 작은 수상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음악까지 좋아했다.

학교 축제, 장기자랑 같은 것에 빠지지않고 나가면서, 친구들의 동경의 눈빛을 받는 것이 그 당시 최고의 행복이였고, 노래부르는걸 좋아하는 아빠와 스트릿댄스를 하던 언니를 보며 나도 가수를 꿈꿨다.


노동과 열망


장래희망이 가수가 된 후 부터는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 일찍 일에 뛰어들었다.

학원교육은 물론, 나 자신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중3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땐 주말, 방학이면 각종 서빙을 섭렵하며 일을 배우고 동시에 해냈고,

20대 초반까지는 하루에 카페, 음식점, 편의점까지 2-3개의 일은 기본으로 하면서 하루하루를 채웠다.

수많은 육체적 노동으로 인해 나는 따듯하고도 잔인한 세상을 폭넓게 이해할 기회를 얻었다.

눈을 맞추며 말하고, 손으로 만들고 들고, 발로 걷고 뛰면서 노동의 감각을 익혔다.


쓸모와 증명


원하던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내 장래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겼다.

일터에선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안다며 칭찬받는 일도 잦아졌다.

꿈에 대한 확신, 그리고 노동력으로 나의 몫을 갖고 있다고 느끼던 그때,
거짓말처럼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원망과 자책이 소용돌이치고, 어렸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존재가 너무 가볍게 느껴져 견디기 어려웠다.

좋아하는 것과 장래희망은 현실과 경쟁 앞에서 서서히 퇴색되었다.


그럴 때일수록 몸을 먼저 움직였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덜 힘든 방법이라 생각하며, 그저 생산적인 활동에만 몰입했다.

단순히 일하는 게 아니라, ‘잘한다’고 인정받을 때에만 내 쓸모가 증명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지쳐 쓰러지듯 잠들었다.
성공한 사람들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꿈을 지켜가는 친구들이 더 부러웠고, 나는 열등감 속에서 오랫동안 스스로를 괴롭혔다.


약속과 계획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아닌척 했지만, 매일 매일 생각했다.


오늘의 생각. 과거의 회상

내일의 나, 다음달의 나, 내년의 나.

어제와 오늘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내일을 기대하기 위해 나는 자주 쓰고 또 계획했다.

그건 다짐 같았고 그걸 지켜보면 뭔지모를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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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그렇게 달렸던 건, 정말 가수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였을까?
멋지게 데뷔해서,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르고, 나만의 음악을 하기 위해 뭐든 해왔던 게 진심이었던 걸까.

아니면 ‘꿈을 향해 달린다’는 말로 내 노동을 포장하고,
뭐라도 성공해서 더 이상 돈 걱정 없이,어쩌면 조금은 화려하게 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전부였던 걸까.

사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땐 너무 치열했지만,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기에 그저 좋은 쪽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시절 내가 쏟아부은 모든 열망의 잔해들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내게서 새어나왔고, 아직도 남아있다는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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