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실마리를 보다... 2편/변화의 심적 기류

우울에의 편승은 심적 변화로부터

by 소망

'그동안 특별한 병명 없이 몸이 무겁고 아팠던 이유가 이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들어있는 깊은 우울의 그림자. 그리고 그 우울의 정체 초감정.


그때만 해도 우울증이란 일시적으로 힘들 때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깐의 것이라고 하기엔 급격한 풍랑을 대비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심적 동요가 계속되었다.


그 첫 번째 증상이 '변화'였다.

갑자기 내게 권태가 찾아왔다. 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 올라왔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고 싶다.'

'사람들이 날 몰라봤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사람,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을 떠나고 싶었다. 정을 주고받은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날 슬프게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집이 여기에, 직장도 여기에 있었다. 떠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날 몰라보게 변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환경이든 나든 뭔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되었다.


변화의 갈망에 고민하던 중 영화 face-off가 생각났다.


'아~ 우리나라 성형국이지~.'

'아~얼굴!'


중드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역용술, 변검술이 부러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현실상 출근을 해야 하니 영화나 드라마처럼 얼굴을 다 뜯어고칠 수는 없었다.


'이미지?... ' 하니, 오~ 눈!'이 떠오르네.


사람의 이미지는 눈에 따라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 처지면 여기저기 찢고, 자르고 당겨 꿰매기도 하는데, 뭐~ ' 이런 생각이 들자 만만한 눈을 바꾸기로 했다. 흐뭇했다. 눈을 바꿔 이미지를 변화시키면 일석이조쯤 될 거라 생각했다.


난 일사천리로 돌아다니며 알아보았다.


주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성형외과를 뒤졌다. 주말에는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예전의 나는 혼자 이런 일을 꾀할 용기가 없었던 사람이었다. 갑자기 초감정의 바탕이 슬픔이었고, 그 슬픔이 나를 우울로 계속 이끌고 있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속전속결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때가 시작이었던 것을 모른 채......


몇십 년 세월의 삶이 늘 고단했고, 특히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늘 외로웠었던 이유가 몽땅 과거로부터 온 것이라 생각하니 의식의 변화가 일면서 행동력이 상승했다. 그리고 용감해졌다. '죽기밖에 더해~'

내 삶이 늘 심신의 고단함으로 죽을 듯 힘들었던 시기가 잦아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단, 알게 모르게 늘 움츠려 들고 스스로 왜소함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래서 안 해본 생각, 안 해본 일을 할 때는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성형을 위해 직접 상담하고 예약까지 하고 취소한 것이 두 번. 그래도 그때까지는 이성이 멀쩡했다. '기왕 하는 건데 실력 검증된 곳에서 잘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경험 있는 주변인에게 자문도 구했다. 그래서 최종 결정했다. 성형의 메카 압구정의 ㅇㅇ성형외과를 찾았다. 나의 이미지를 찢어진 눈으로 확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상담 의사는 나의 탄력 없는 눈꺼풀을 진단하고는 속쌍꺼풀을 살려 자연스럽게 해 주겠다며 상하안검을 권했다. '의사가 전문가니 어쩔...' 하며 날짜를 잡았다.


1월의 어느 날, 용감한 전사처럼 씩씩하게 성형외과로 나아가 전신마취 속 하얀 세상을 유영하다 왔다.




자학은 또 다른 깊은 상처를 상쇄시킨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찢고 꿰맨 얼굴의 통증으로 마음속 통증이 과연 상쇄되었을까.

이상한 심적 기류에 올라타 변화를 꿈꾸며 바쁘게 알아보고 돌아다니던 그때, 주체하기 힘든 급격한 풍랑이 상승을 준비하고 있었다.

양눈이 시푸르딩딩, 드라큘라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팅팅 부은 몰골을 거울도 사양했다. 그 얼굴만큼이나 낯설고 두려운 밤이 나를 기다렸다. 나는 그 밤을 꼴딱 지새우고 머나먼 시간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그 밤이 그리 길 줄이야......



To be continued~




에필로그


지금 생각하면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신의 계획하에 진행될 일이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초감정을 직시한 날 이후 급격하게 변화의 갈망을 느꼈고, 빠르게 진행하는 나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의아한 눈으로 지켜보던 것은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성형에 대한 평소 내 생각은 부정적이지 않았다. '나중에 늙어지면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었고 자잘한 시술에 대해 거부감 없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때는 생각이 느닷없이 올라왔고 뭔가에 끌리듯 하게 된 거였다.


인생의 한 치 앞도 점칠 수 없고 예측도 불가능하지만, 누군가 내 인생을 주시하며 이끌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그 끌림에 끌려가기만 할 뿐... 그리고 아픔만 느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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