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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이름으로 3... 엄마의 쇠 신

자아 그리고 정체성 성장의 정체(停滯)

by 소망


먼 시간 속


고양이를 품고

강아지처럼 뛰노는

아이가 있다.


아이야,

그만 뛰렴.


쇠 신을 신자.


엄마는 아이의 작은 발에

쇠 신을 신기고

투명의 빛 속으로 사라졌다.


엄마,

신이 무거워요.


뛰어놀 수가 없어요.


아이는 한 걸음도

뗄 수 없었어요.



몸은 자라도

발은 자라지 않았어요.


유수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이가 움직인 건,

일보

이 보

삼 보.


아이는 세상을 달리지 못했어요.


해가 뜨고 지고

불빛의 색들이 변해가도...


엄마 떠난 그곳에서

하늘의 해와 달 그리고 별

불어오는 바람만 보았어요.



어머,

산소 같은 인간이네,

무공해 인간이야.


아니,

겉만 그래.


속은

원망과 분노의 뿌리인걸.


엄마,

이제 쇠 신 벗어도 돼?


이제 나 혼자 벗을 수 있어.

이미 내 손은 엄마 손만큼 커졌어.


아이는 쇠 신을 벗었다.


고물상에 팔았다.


아~ 돈을 벌었어.


엄마,

고마워!


치, 세월의 녹이 가격을 깎아버렸어.


아쉽다.



엄마,

손 좀 잡아주세요.


자꾸 넘어져요.


걷기가 힘들어요.


몸을 지탱하기에 발이 너무 작아요.


엄마는 투명 인간이 되어버리고는

왜 제게는 쇠 신을 신겼어요?


그랬어도~

지금은 행복해요.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요.


차도 타고 비행기도 타고

멀리 있는 바다도 보러 갈 테야.


지금도 발은 자랄 수 있죠?


나무인형 피노키오의 코도 자랐잖아.



엄마,

자고 나니

1cm 자랐어요.


엄마는 늘 속삭였어요.


아이야,

신을 벗어.


네 손으로 벗어.


허리를 굽혀 벗어낼 생각을 안 한 건 저였어요.


엄마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지 않았어요.


말 안 들어 죄송해요.


엄마,

바다를 보고 왔더니

또 1cm가 자랐어요.


어제는 산을 올랐어요.


많이 넘어져 다쳤지만요.


발이 또 자랐어요.


130cm이던 게 200cm가 되었어요.


돌아다니며 세상을 알고 보니

발도 쑥쑥 자라요.


일찍 제가 벗었어야 했어요.


엄마의 쇠 신.


엄마,

근데요...

왜 신겨 놓으셨죠?


전 엄마가 해 준 대로 따랐을 뿐이에요.

너무 무거워 꼼짝할 수 없었어요.


엄마,

그래도 사랑해요.



이제 전 자유예요.


이제 곧 240cm가 되고

또 곧 250cm가 될 거예요.


엄마의 최선은

지금 빛이 납니다.


그도 사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쇠 신은

제가 신은

정체성의 부재였어요.






PS- 전체적 흐름은 시간과 성장 순입니다.

어린아이의 순진함 속에서 자란 원망과 분노의 반항을 어투에 담았습니다. 신은 인간의 이력, 발은 자아 내지 정체성입니다. 자아의 부재가 엄마와의 사별인 줄 알았던 아이가 깨침으로 인식해 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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