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과 겸손의 동시성
존중...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어학 사전)
불멸의 영혼을 부여받은 생명체.
무한의 가치와 존엄을 지닌 영혼의 존재.
하나님은 인간을 님의 형상대로 만드셔 이 세상에 보내셨다. 인간은 이 세상에 소명을 받아 온 대리자이다.
우리는 신을 공경하고 두려워한다. 그 신께서 우리에게 모든 이웃을 사랑하라 하셨다.
세상에 태어난 우리는 대리자인 인간을 신 대하듯 경외하는 자세로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신 앞에서 겸손하듯 인간 앞에서도 겸손해야 한다.
신을 닮은 사람은 개인마다 다른 삶의 경험과 함께 신비로운 깊이를 가지고 있다. 그 모든 개인의 삶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 삶이란 이 세상에 살거나 살고 간 모든 이의 경험과 흔적이다.
우리의 세상에 꼭 있어야 될 존중의 덕은 공기와 같은 것이다. 있으면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없으면 누구나 알아채는 공기. 사람은 누구나 당연히 있어야 할 공기처럼 존중 속에서 살고 싶어 하며, 살아야 한다. 한 사람이 눈빛으로 발산하는 존중의 느낌은 상대의 온몸으로 흡수된다. 그 존중은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 존중이 공기처럼 가득 차 흐르는 사회는 밝은 사회이며 살맛 나는 세상일 것이다.
존중이란 경건함을 담은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일이다.
존중이란 자신의 판단을 보류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다.
존중이란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상대에 대한 감정과 태도를 부드럽게 하는 일이다.
존중은 내 프레임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 상대의 프레임 안으로 내가 들어가 보는 일이다.
존중이란 사회적 역학 속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이다.
존중은 생명을 가진 자에게나 생명을 잃은 자에게나 구별 없이 가져야 하는 경외심이다.
나는 육신의 생명을 잃은 분께 흐르는 내 마음속 존중감이 어떤 것인지를 뒤늦게 경험했다.
"ㅇㅇ가 돌아가셨어."
부고를 듣자마자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리고 예전처럼 '어떡해, 어떡해.' 연발하는 말 말고, 정체가 뻔한 내 연민에 빠져 흘리는 눈물 말고 저 깊은 곳에서부터 정체 모르게 솟구쳐 오르는 눈물이 흘렀다.
생각할 틈도 없이 눈물은 이미 온몸을 돌아 두 눈을 통해 흘렀다.
잔잔히 흘러내리는 눈물은 내 연민과 슬픔에 취해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한 인간의 죽음과 그분의 삶에 대한 존중감에서 흐르는 진정한 마음의 표출이었다.
진정한 마음으로 인간을 존중할 때 진정한 눈물도 흐르고 참된 인간이 되는가 싶었다.
인간을 진정으로 존중하면 그를 생각하거나 그를 대할 때부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태도를 바르게 하게 된다. 존중의 마음은 온몸의 흔들리는 뼈를 바르게 세우고 행동하게 한다.
부고를 듣는 순간, 나는 혼자 있었음에도 이미 그분의 영혼을 공손히 대하고 있었다.
하나님을 믿는 나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 하나님은 우리를 차별 없이 사랑하신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당신을 어찌 제가 홀대할 수 있겠어요. 제게도 늘 당신을 사랑하라 하십니다.'
하나님의 뜻을 새기며 기도하다 보니, 나의 태도도 바뀌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이 생각 만으로도 나는 만나는 사람을 존중하게 되고, 존중하니 내 자신이 그 앞에서 겸손하게 된다. 내 마음에 상대에 대한 존중감이 드니 나 자신도 함께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 하나님 안에서 너와 내가 따로 없으니 나에 대한 존중이 너에 대한 존중이며 그에 대한 존중이 나를 존중하는 일인 것이다.
참된 존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나는 초등 교사였다. 인사가 예의 기본인 줄 알고 열심히 가르쳤어도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인사는 요즘에서야 한다. 앎이 온몸을 관통해 체화된 행동으로 나올 때는 마음 자세가 다르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댄스 강습을 다니며 만나는 회원들께 인사를 잘한다고 칭찬을 받는다.
그는 나의 심리 변화가 가져다준 바람직한 행동이다.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마음이 내 손을 모으게 하고 허리를 숙이게 한다. 상대를 살피려 흘깃거리던 눈은 땅을 향하는 얼굴과 함께 마음속에 다소곳이 숨는다. 진정한 존중의 마음조차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나의 생각과 태도는 많이 변했다.
존중하면 겸손하게 된다.
존중이 귀한 분에 대한 경외감이라면, 권력 있는 자에게 주어지는 덕목이 겸손이다.
존중과 겸손은 하나님을 닮은 우리에게 향한 존중, 그리고 하나님의 대리인인 우리가 가져야 할 겸손이다. 둘은 함께 하는 동시적 덕목이다.
하나님께 대리받은 우리의 겸손은 곧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다.
나도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날이 다른 색채로 물들어가는 깊은 마음을 통해 이제야 깨달아 간다.
너와 내가 따로 없으니, 타인에 대한 존중이 곧 나에 대한 존중이며 나를 존중하면 타인을 존중하게 된다.
by 소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