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자유
이른 아침, 까치 아주머니가 작은새 둥지에 들렀어요. 이제나저제나 하며 아침마다 작은새를 찾는 것이 까치 가족의 하루 시작이었어요.
오랜 시간 잠든 작은새에게서 얕으나 일정한 숨소리가 새로 태어난 아가의 숨소리마냥 들려왔어요.
"작은새야, 언제까지 이리 잠만 잘거니? 어서 힘내서 일어나렴. 다시 살자. 살아보자."
까치 아주머니는 젖은 눈시울을 닦아냈어요. 겨울잠 자는 동물 이야기는 들었어도 이리 오랜 날을 잠만 자는 새 이야기는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넌 새야. 일어나 날아야지."
아주머니는 혼자 중얼거렸어요. 이대로 죽을까 봐 늘 걱정이었어요.
작은새는 꿈속에서 까치 아주머니의 소리를 들었어요.
'일어나. 살자. 날아야지.'
먼 곳으로부터 아련히 들려오는 까치 아주머니의 소리를 들으며 작은새는 환한 빛 속에서 초록의 나뭇잎들이 나부끼는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앉았어요.
그리고 멀리 세상을 바라보았어요. 먼 세상 끝에도 파란 하늘이 있었어요. 쪼르릉, 포로롱~~ 낯선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어요. 알록달록 예쁜 색의 낯선 새들이 나무 사이로 날아다녔어요.
'아, 예쁘다!'
'아, 나도 날고 싶다!'
꿈속에서 작은새는 날개를 움직였어요. 두 날개는 꼼짝도 안 했어요.
'어 왜 날개가 움직이지 않는 거지?'
계속 힘을 더 내어 움직여 보았어요. 그래도 꿈쩍 안 해요. 누군가 꽉 잡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야. 난 분명히 날아다니는 새야. 날 수 있단 말이야.'
작은새는 있는 힘을 다해 어깨를 추켜올렸어요.
"어, 작은새가 움직였다."
작은새 곁을 지키며 책을 읽고 있던 막내 까둥이가 아빠를 부르며 소리쳤어요.
"아빠~ ~ 작은새가 움직였어요."
까치 가족이 몰려왔어요.
"작은새야~~"
저물어가는 노을빛을 받으며 작은새가 꿈틀 하며 눈을 떴어요.
모두 기뻐서 눈물을 흘렸어요.
'아, 세상에는 이렇게 따뜻한 새들이 많았어.'
작은새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어요.
오래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한 작은새를 위해 까치 아주머니가 맛난 버그 수프를 끓여 왔어요. 작은새는 수프를 먹고 기운을 차렸어요.
어두운 밤이 오면서 또다시 잠에 빠져들었어요.
까악 깍깍~~
이른 아침부터 까치 가족의 기상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작은새는 쭈욱 기지개를 켰어요. 무거운 큰 털이 없어서였는지 몸이 무척 가벼웠어요. 몸은 가벼운데 다시 근질거리고 있음을 느꼈어요.
'어 아직도 가려운 거야?'
살짝 겁이 났어요. 모든 고통이 끝난 줄 알았거든요. 근질거려도 참을 만은 했어요. 기분이 나쁘지 않고 통증도 없었어요. 몸이 가벼우니 벌떡 일어났어요. 뒤뚱거리며 나무줄기를 타고 내려갔어요. 날개가 없으니 아슬아슬 겁도 났어요.
까치 가족을 만났어요.
까둥이가 작은새를 보더니 좋아서 방방 뛰며 파닥거렸어요.
"엇 그런데 작은새야, 이게 뭐야?"
"뭐?"
"네 몸에 뭐가 삐죽삐죽한 게 있는데, 뭐지?"
까치 아저씨가 들여다보았어요.
"어이쿠~ 작은새 몸에 새 깃털이 나는구나! 허허허."
"어디 어디?" 하며 가족들이 모두 들여다보았지요.
작은새는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기 몸을 물에 비춰 보았어요.
진짜 요기조기 새 깃털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그래서 근질거렸던 거예요.
힘찬 날갯짓으로 큰새의 털을 다 떨구어내고, 온몸의 고통을 참아내며 깊은 잠에 빠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런 긴 과정이 바로 오소리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수련의 과정이었던 거예요. 작은새는 이제야 자신이 겪어온 시간들이 재생과 재활의 시간이었음을 알았어요.
깨어나기 전 꿈속에서 큰새를 만났었죠. 빠알간 생살이 드러나 오들오들 떨고 있던 작은새의 초라한 모습을 본 큰새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떠나갔어요.
작은새는 힘겨운 바이바이를 했지요.
'고마웠어~ 큰새야.'
새에게 날개는 어떤 의미일까요?
날개가 생기는 건 새로 태어난다는 거겠죠.
긴 잠에서 깨어난 작은새의 눈에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까요?
새로서의 정체성과 참자유를 찾은 작은새의 성장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은 삶의 철학을 알아가는 오순이의 여행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