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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연재> 작은새 성장기 4

고통의 나락에서

by 소망

오소리 할아버지께 아픈 이유를 듣고 처방을 받은 작은새는 매일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라 가장 큰 나무 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구경했어요.


힘찬 날갯짓에 큰새의 날개가 후드득 떨어져 나갔지요. 조금만 더 빠지면 높은 나무까지 오르지도 못할 것을 알지만, 멈출 수 없었어요. 내 것이 아닌 것을 붙들고 사는 일이 얼마나 추한 일인지를 알았거든요. 그리고 새 깃털이 나지 않더라도 상심하지 않으리라 다짐 또 다짐했어요. 매일매일 마지막 힘을 다해 좀 더 높이 날아올라 멀리 있는 세상을 구경하기로 했어요.


작은새는 무언가 내면으로부터 뿌듯한 희열이 오름을 느꼈어요.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희열이었어요. 몸은 점점 흉하고 초라해져 가는데도 마음만은 기쁨으로 충만했어요.


까치 가족은 오소리 할아버지네 다녀온 후 부쩍 달라진 작은새를, 걱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만 보았어요. 작은새가 밤이면 심해진 가려움과 깃털이 탈락된 자리에서 느껴지는 심한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걸 알았어요. 핼쑥하게 야위어가는 작은새를 위해 잘게 자른 벌레먹이를 살뜰히 챙겨다 주었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깃털을 탈락시키려고 날아오르던 작은새.


여름이 오면서 가려움은 더 심해져 골짜기 계곡에서 떨어지는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매일 몸을 담그고 있다 오곤 했어요. 통증은 계속 심해졌어요. 여름은 진짜 살생의 기간이었어요. 그나마 녹음이 짙어진 숲이라 견딜 수 있었어요.


가을이 오며, 숲 속에는 평화가 찾아온 듯 풍요로웠어요. 일찍부터 나와 겨울 먹거리를 준비하는 동물들이 신나고 분주하게 움직였어요.


"작은새야,"

까치 아저씨가 불렀어요.

아무 대답이 없네요.

까치 아저씨는 작은새 집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이미 이른 아침이면 나와 날갯짓을 할 작은새인데 아무 기척이 없었어요.


둥지 안에도 없었어요.

까치 아저씨는 걱정이 되어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매일 오르던 나무, 골짜기 계곡물에도 가 보았어요. 주변 아무 데서찾을 수 없었어요.


여기저기 찾다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게 보이는 물체가 눈에 뜨였어요. 까치 아저씨는 그냥 지나치려다 뭘까 궁금해 가까이 다가갔어요.


윽~~ 까치 아저씨는 깜짝 놀랐어요.

거의 벌거숭이가 된 생살의 몸에 피가 덕지덕지 말라붙은 작은새를 발견했어요.


이른 아침, 둥지에서 날아오르다 툭 떨어져 버린 거였어요. 워낙 몸이 야위고 작아 뼈는 다치지 않았지만 까치 아저씨를 보자 작은새는 기절해 버렸어요.


그날부터 작은새는 더 이상 날지 못했어요.

까치 가족은 돌아가며 작은새를 돌보아주었어요.

기절해 버린 후 계속 잠에 빠진 작은새는 이제 가려움증도 통증도 느끼지 않았어요.


희미해져 가는 의식의 끝에서 작은새는 오히려 감사했어요.


'통증이 없어. 가렵지도 않아.'


작은새는 무의식 속에서는 힘차게 날고 있었어요.


'아~~ 이것이 진정한 내 모습이다!'

'참 자유야!'

'진정 행복하다!'


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는 듯, 움츠린 작은 몸뚱이에서 작게 고동소리가 들려왔어요. 잠들어 있는 작은새의 표정이 아주 환하고 행복해 보였어요.





5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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