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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연재> 오순이의 여행기 1

우리 다시 태어날까요

by 소망

"아빠, 우리도 이제 곧 떨어지나요?

떨어지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죠?

죽는 건가요?"


어제는 찰랑이네 가족이 다 떨어지는 것을 본 오순이는 이웃들이 후두두 떨어져 나뒹구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어요.


오늘 아침 일어나 눈을 뜨니 옆에서 밤새 잠을 설치며 이리저리 뒤척이던 오색 언니가 저 아래 땅으로 떨어졌어요.


아침 태양이 솟아오르며 찬 이슬 머금은 오순이를 환하게 비추었어요. 오순이는 몸을 호르르 떨어 차가운 이슬을 공기 중으로 날려 보냈어요. 아빠의 얼굴에 방울진 이슬도 또르르 아래로 굴려 떨어뜨렸어요.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며 땅 위에 떨어진 오색 언니를 보니 더욱 슬펐어요.


"아빠, 밤사이에 또 다른 이웃들이 사라졌어요.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실려간 이웃도 있고 저 아래 땅에서도 마구 뒹굴고 있어요. 무서워요. 우리도 곧 저렇게 되는 건가요? 저 땅에 뒹구는 이웃들의 모습을 보세요. 모두가 생기를 잃고 말라가고 있어요."


"오순아, 걱정 마라. 우리가 가는 곳은 폭신한 흙이 받쳐주고 아늑함이 있는 곳이지. 여긴 우리들의 천국이야. 우리는 떨어져 말라도 다시 새 생명으로 살아난단다."


"우리가 다시 살아나요? 그럼 우리는 죽지 않는 건가요?"


"응. 우리는 땅에 떨어져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걸 돕는 거지. 바람과 비, 태양뿐 아니라 땅의 많은 생물들이 우리 몸을 부수고 영양분이 되도록 도와준단다. 우리는 흙을 기름지게 해 주지. 그래야 그 속에서 다시 새로운 우리가 태어날 수 있는 거란다. 우리 오순이도 그렇게 다시 태어난 거야."


"근데 아빠, 왜 난 아빠를 몰라봤을까요?

우리 함께 다시 태어난 거 아녜요?"


"우리 모습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수도 있고 엉뚱한 곳에서 태어날 수도 있단다. 아빠도 우리가 다시 태어나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른단다."


"아빠, 슬퍼요. 아빠를 다시 못 보는 거잖아요."


"아빠의 모습은 변하고 기억은 없어도 너를 사랑할 거라는 건 믿어도 좋아. 우린 아빠와 딸로 서로 사랑하며 살았으니까. 그 마음은 영원히 이곳을 채우고 있을 거란다."


아빠 잎은 자신을 흔드는 바람을 버티며 가지를 꼭 잡고 있었어요. 사랑하는 오순이를 두고 곧 자신도 생명을 잃을 것을 생각하니 심란했어요. 아빠는 예쁜 오순이를 꼭 안아주었어요.


오전의 태양빛이 땅 위로 내리며 아직 생기를 덜 잃은 오색 언니를 비추며 반짝이게 했어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오색 언니가 참 예뻤어요.


"아빠, 아빠, 사람이 와요."

오순이는 아직 생기 있고 색 이쁜 오색 언니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제만 해도 함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추며 놀았던 언니였어요.


예쁜 아줌마가 오색 언니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어요.

"어머나 이 단풍은 무척 예쁘네. 어쩜 이리도 여러 색깔로 물들어 있을까."

오색 언니는 그녀의 손에 들려 사라졌어요.


"아빠, 오색 언니가 사라졌어요. 흐윽 ~흑~

예쁜 언니를 더 오래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오순이는 아빠 품에서 훌쩍였어요.


"오순아, 그만 울어. 오색 언니는 더 좋은 곳으로 간 거야."


"네? 어디로요? 언니는 다시 태어날 수 없는 거잖아요? 언니도 다시 태어날 수 있어요? 흑흑~"


"언니는 어쩌면 지금의 예쁜 모습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어."


아빠는 오색이가 이 숲으로 돌아와 다시 태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우는 오순이를 달래야 했어요.


오색이를 보낸 오순이와 아빠는 멀어져 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내일을 생각했어요.


'오늘 밤은 유난히 바람이 세구나! 우리는 이 밤을 견뎌낼 수 있을까?'

아빠는 이 밤을 지나면 볼 수 없을지 모를 오순이를 꼭 안았어요.


바람에 휘리릭 파사삭~ 잎들이 흔들리고 날리는 소리들이 온 숲에 가득했어요.





아줌마 손에 들린 오색이는 따듯한 햇살이 비치는 낯선 집 거실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고운 모습 그대로 꿉꿉한 냄새가 풍기는 종이 사이에 넣어졌어요.


며칠 후, 아줌마는 마른 오색이를 액자에 넣어 예쁘게 꾸며주었어요. 그 집 거실의 장식장 위에서 오색이는 오래도록 그 순간의 모습으로 웃고 있었어요.


오색이는 흙과 나무의 냄새, 숲의 공기 속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죠.






2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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