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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연재> 오순이의 여행기 2

자유가 좋아요

by 소망

어슴푸레한 도시의 거리.

새벽의 찬 기운에 오순이는 오들오들 떨었어요.


커다란 빗자루 끝에 매달려 이리저리로 쓸리던 잎들이 한 곳으로 모아져 무덤을 이루었어요. 옆에는 커다란 포대에 이미 담긴 잎들이 큰 더미를 이루고 있었지요.


'으~~ 나는 저리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의식을 잃을 때까지 바람 친구와 빛살과 함께 놀고 싶어. 저 포대에 실린 친구들은 어디로 갈까? '


오순이는 그들이 갈 곳을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답답한 곳일 거라는 생각이 들며 그 막연함에 몸이 오싹했어요.


지나가는 바람 친구가 멈춰 서더니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며 물었어요.


"너는 왜 혼자 떠도는 거니?"


"응, 나?"


"응, 너."


"지난밤에 아빠를 잃었어. 나도 오늘 떨어져 이리저리 날리다 이 거리까지 오게 되었지."


오순이는 슬프고 외로움에 눈물이 글썽했어요.


지난밤, 후드득 떨어져 간 잎들 사이로 자신을 부르며 떠나간 아빠의 음성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얼마 후, 자신의 몸도 가볍게 휙 날아오르자 정신없이 이리저리 휘날리다 이 거리로 오게 된 거예요. 지난밤은 악몽처럼 무서웠지요.


"나는 이 거리를 떠날 거야. 이곳은 답답하고 무서워. 달리는 차바퀴에 친구들이 으스러지는 모습을 보았어. 그리고 저 큰 비에 쓸려 어디론가 실려가고 있어."


"너는 어디로 갈 건데?"


"음~ 아직 딱 정한 곳은 없어. 그렇지만, 이 무섭고 답답한 거리는 벗어날 거야."


오순이는 시립도록 파란 하늘을 보며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숲을 떠나온 지금, 아빠의 말씀처럼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넌 이름이 뭐니?"


"나는 바람돌이의 바돌이야."


"바돌아, 너는 혹시 네가 이 세상에 있는지 아니? "


"미안하지만, 그건 모르겠는걸. 그러나 언제부터 네가 있었는지는 알아. 난 마음대로 세상을 돌아다니니까 많은 걸 알고 있단 말이지. 히히 ~"


"나는 언제부터 있었는데?"


"어느 봄날에 너를 봤어. 무지하게 귀여운 연둣빛 잎이 삐죽 얼굴을 내밀더라. 하하 너무 예뻐서 쏙 반했지. 레이스 달린 치마를 입은 꼬마 같았어."


바돌이는 오순이의 앙증맞은 모습을 떠올리며 킥킥거렸어요.


그때 바람을 타고 멋진 할아버지가 날아왔어요. 할아버지였지만, 중년의 모습처럼 생기를 품고 당당해 보였어요. 할아버지는 어린 두 친구를 보고 가던 길을 멈추었지요.


" 얘들아, 너희들은 왜 이 위험한 거리에 있니? 빨리 움직여. 갈 곳으로 가거라."


도시 거리의 위험을 알고 있는 할아버지잎은 빨리 떠날 것을 권했어요.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어디서 사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할아버지는 누구시죠?"


오순이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죽박죽 묻기 바빴어요.


"할아버지는 어떻게 이리 생기가 있고 반짝이나요? 할아버지 같은 분은 처음 봐요."


"으흠~ 나를 자유 신사라고 불러주면 좋겠는걸. 난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살아. 집도 없지. 난 이미 오래전에 떨어졌는걸. "


오순이는 손가락을 볼에 괴고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자유 신사? 웬 이름이 저래? 떨어진 지 오래됐는데 저렇게 생생할 수 있을까?...., '


"자유 신사님, 어떻게 하면 신사님처럼 이리 멋질 수 있죠?"


"그야 내 선택 덕분이지......"

말하면서 신사는 얼굴을 살짝 찌그러뜨리며 몸서리쳤어요.


"어! 왜 그러세요?"

"아니 아니, 아니다. 예전의 일이 생각이 나서......"

잠깐 회상에 젖던 신사는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내가 떨어진 날은 전날 밤부터 비바람이 세게 몰아쳤지. 그날 바람은 나를 보호해 주려고 요리조리 피해 다녔단다. 그런데 굵어진 빗방울에 딱 한 대 맞았어. 난 꼭 잡고 있던 가지를 놓쳐버렸지. 그날 새벽에 일찍 나온 미화원 아저씨의 손에 잡힐 뻔했어. 그때 바람이 도와 날 휙 위로 날려 보냈단다. 나도 충격에서 벗어나 젖은 몸을 일으켜 죽을힘을 다해 물을 털었지. 그리곤 바람 타고 날아갔어. 쉬익~"


"죽을힘을 다해 일어섰더니 정신이 번쩍 났지. 난 다른 친구들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지 않았어. 난 바람 친구에게 도움을 받아 살아날 수 있었지만, 그 후 혼자 살아가야 하려면 선택을 해야 했어. 난 자유를 택했지. 바람 친구처럼 자유롭게 살기로 했어. 가끔 위험도 감수해야 했지만. 난 나무에 달려 있을 때보다 더 큰 자유를 느끼며 살고 있단다. 나처럼 살려면 선택과 책임이 필요해."


신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순이와 바돌이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어요. 서로의 가슴이 뛰는 것도 느꼈어요.


'아 자유가 좋은 거구나.'


'그럼 신사님에게서 발산되는 생기는 자유로부터 오는 건가?'


오순이는 앞으로 어떤 난관이 있어도, 그러다 생기를 완전히 잃어 죽는다 해도 자유를 선택하기로 했어요.


'좋아. 난 하루를 살아도 자유롭게 살 거야.'


" 바돌아, 나도 너처럼 자유롭게 살 거야. 친구, 나 도와줄 거지?"


둘은 서로를 응원하는 윙크를 날리며 환하게 웃었어요.


자유 신사님은 바람 친구와 함께 손을 흔들며 떠나갔어요.


"얘들아, 또 보자. 잊지 마. 자유는 선택이야. 어려움도 극복해야 누릴 수 있는 거란다. "


오순이는 바돌이와 손잡고 날아올랐어요.


하늘에 오르니 도시와 자신이 살던 작은 숲도 보였어요. 그리고 좀 떨어진 곳에 넓은 숲도 보였어요. 둘은 그 숲에 사뿐히 내려앉았어요.


하하하, 호호호, 깔깔 까르르.

온갖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들려오는 숲이었어요. 흙냄새와 나무가 뿜어내는 공기 냄새가 그윽하게 다가왔어요. 오순이는 자유의 냄새를 흠뻑 들이마셨어요. 자신이 있던 거리의 맛과 너무나 달랐어요.


'이곳이 아빠가 말씀하신 천국인가?'


'자유는 이렇게 좋은 거구나.'


깊은 마음속 어디부턴가 뽀글거리며 올라오는 희열을 느꼈어요. 쿵쾅쿵쾅 가슴이 마구 뛰었어요. 가슴의 뛰는 세기만큼 환한 미소가 떠올랐어요. 햇빛과 나무들, 잎들과 바람마저도 주변의 모든 것이 더욱 반짝였어요. 처음 보는 낯선 빛이었어요. 행복했어요.





3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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