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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연재> 오순이의 여행기 4

나 여기 왜 있어요

by 소망

아빠와 헤어지고 자신도 나무로부터 떨어져 그 무섭고 답답한 거리에서 지낸 그 날, 오순이는 시립도록 파란 하늘을 보며 생각했어요.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나는 왜 작은 나뭇잎으로 태어났을까?'

'나는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

등등 많은 것이 궁금했어요.



"바돌아, 너는 혹시 알아?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몰라. 그건 그렇고 왜 너는 나뭇잎이고 나는 바람인 거지?"

고개를 젓는 바돌이도 정말 궁금한지 입은 쑥~~ 눈은 이리저리 굴렸어요.


바돌이도 자신이 왜 바람이 되었는지, 왜 세상을 떠돌며 살고 있는지 몰랐어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요.

오순이가 자신에게 그것을 물어온 날 이후 바돌이도 계속 궁금했어요. '오순이는 왜 나뭇잎으로, 나는 왜 바람으로 태어난 걸까.'


매일 자나 깨나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어요.

'난 왜 여기 있는 거지?'

'난 왜 바람인 거지?'


바돌이는 전에 읽었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백과사전의 내용을 기억했어요.


'여러분이 궁금하지만, 책에 나와있지 않은 내용은 북쪽 카더라 성에 살고 있는 북풍님께 가면 알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바돌이는 북쪽 성은 겨울이 긴 추운 곳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지금은 추워지는 겨울이니 좀 더 따뜻한 남쪽으로 가서 지내다가 따듯해지면 북쪽 성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돌이는 강한 추위가 오기 전에 오순이와 남쪽의 좀더 온화한 숲을 찾아갔어요.




파릇한 새순과 나무의 아기 잎들이 삐죽삐죽 얼굴을 내미는 어느 봄날.


북풍님을 만나러 둘은 단단히 채비를 하고 출발했어요.


북으로 가는 길은 큰 산도 큰 강도 지나야 했어요.

바다를 옆으로 끼고 있는 어느 산을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하늘로 어마어마한 발사체가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하늘로 솟구쳐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곳은 알쏭달쏭 박사님의 연구실이 있는 곳이래요. 그 박사님은 우주를 연구하시는 과학자인데 모르는 게 없다는 거예요. 특히 인간과 자연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도 평생 연구하고 계신대요.


오순이와 바돌이는 이곳을 지나는 참이니 박사님을 만나보기로 했어요.


박사님 연구실로 슝~~ 들어갔어요. 연구실 안에는 완성된 실험체와 여러 가지 기구들, 신기한 물건들이 꽉 차있었어요.


박사님은 방금 전 하늘로 쏘아 올린 발사체의 발사 장면을 보며 다른 연구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요. 둘은 살랑살랑 다가가 인사를 했어요.


"너희들은 누구지?"


"오순이와 바돌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 험한 산에는 왜 왔니?"


"저희는 우리가 왜 여기 이 세상에 왔는지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도 궁금해요."


"허허~ 아직 어린 것 같은데 그런 게 궁금하다고?"


"박사님은 평생 많은 걸 연구하셨으니까 아시는 거죠?"


"으흠~~ 결론적으로는 나도 모른단다.

인간이, 또 자연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지. 그러나 이 세상에 왜 왔는지는 연구해서 알 수 있는 일이 아닌 걸."


박사님은 말씀을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 다시 이어갔어요.

"그건 삶과 의미라는 건데 말이지. 참, 너희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알지? 인간은 어머니를 통해서 태어나고, 너희 같은 자연은 씨앗으로부터 태어나지. 그 생명의 씨앗이 돌고 도는 거란다. 세상엔 알 수 없는 일이 많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일들도 많단다. 그러나 왜 여기에 왔는지 그 의미는...... 나도 찾지를 못했단다."


"내가 듣기로는 그런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분이 북쪽 성에 있다던가...."

그러면서 박사님은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박사님, 카더라성의 북풍님이요?


"아 맞다. 아마 그분은 삶과 죽음, 생명 등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으시니 아실 수 있겠지."


"북쪽은 지금 살랑바람들이 축제를 즐기는 시기이니 큰 바람을 타고 서둘러 가면 곧 도착하겠는걸."


둘은 인사를 마치고 살랑살랑 북쪽으로 날아갔어요.




가는 길에 친절한 서풍 아줌마를 만나 며칠이 걸릴 것을 이틀 만에 카더라 성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지요.


서풍 아주머니와 헤어져 둘은 카더라성 가까이 날아갔어요.


성 주변은 축제로 분주하면서도 생기가 도는 멋진 곳이었어요. 반짝이는 빛님도 유난히 화려했어요.


둘은 곧장 북풍님을 찾아갔어요.

헉~~~ 둘이 사뿐히 내려앉은 곳은 성의 망대 옆에서 먼 하늘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수염인 것 같아요.

간질거리는 느낌에 눈 돌린 할아버지는 웃으며 물었어요.


"허허허, 나는 이 성의 주인 북풍인데 이 둘은 뉘인고?"


오순이와 바돌이는 수염에서 얼른 떨어져 좀 더 예의를 갖추고 인사했어요.


"저희는 오순이와 바돌이에요. 저희는요~ 왜 이 세상에 왔는지, 그리고 인간과 자연은 왜 태어나는지를 알고 싶어 남쪽의 숲에서 왔습니다."


알쏭달쏭 박사님께 들은 풍월로 둘은 좀은 있어 보이는 언어를 썼지요.


"허허, 아직은 어린아이들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갖다니 기특도 하지."


오후 하늘에는 공기에 산란된 빛이 멋진 노을을 그리고 있었어요.


"결론적으로는 나도 모른단다."


둘은 맥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어요.


"그러나, 이 말은 해주고 싶구나. 이 세상에 오는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는 거. 우리를 세상에 보내신 어떤 분이 계시다는 것을 나는 오랜 묵상으로 깨우쳤지. 그분은 그분의 계획으로 너는 인간으로, 너는 자연으로, 그러니 너는 바람으로, 너는 나뭇잎으로...... ,그분의 뜻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건 삶을 통해 의미를 찾고 기쁨과 행복을 누리며 살라는 것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알아내려고 했지만, 그분의 뜻을 밖에서 찾은 사람은 하나도 없단다. 그 해답은 자신 속에 있기 때문이지. 나도 요즘에야 내가 왜 이 몸으로 이 세상에 왔는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지를 알게 되었단다."


북풍 할아버지의 그윽한 눈에 깊은 경건함이 느껴졌어요.


"얘들아, 저 하늘 노을이 보이니? 저 노을을 보며 지금 기쁨이 있고 평화가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온 이유인 게야. 사람들은 그 보내신 분의 뜻을 운명이라고도 하지."


북풍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지금 순간에 바돌이와 오순이는 뭐에 끌리듯이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 조용히 귀를 기울였어요.


"삶은 운명의 흐름이며 살아가는 모두의 모습이란다. 너희가 알기에는 아직 어려운 일이지만, 늘 그 생각을 품고 있다면 언젠가 저 노을처럼 네 마음이 모든 것을 보여줄 거야. 믿으렴."


"나의 존재와 삶의 의미란 쉽게 알아지는 게 아닌 거야. 나도 너무나 오랜 시간 궁금했단다. 믿으면 돼. 믿음. 그리고 사랑하며 살거라. "


북풍님은 바돌이와 오순이를 수염으로 높이 들어 올려 차가운 북쪽 하늘 노을 속에 후욱 불어넣었어요.


"마음껏 지금을 느껴보렴. 지금만이 유일한 의미란다. 허허허~"


북풍님과 날으며 바라보는 노을 진 하늘이 이리 아름답다니... 처음 느껴보는 환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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