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궁금해요
숲내음이 그윽한 이곳이 천국 같았어요.
자동차가 달리고 복작거리는 거리를 벗어나 자유의 향기를 알게 된 오순이는 숲에서 머물기로 했어요. 자동차 바퀴에 깔릴까, 빗자루에 쓸려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벗어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어요.
낮이면 바돌이와 함께 살랑살랑 산책을 즐겼어요.
위험을 살펴야 했던 때는 보지 못한 하늘과 구름과 달과 별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하늘이 저리 파랬구나.'
밤이면 달과 별을 보았어요.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보는 밤하늘은 그야말로 천국 같았어요. 그런데 궁금했어요.
'천국 같다고는 하는데, 진짜 천국은 어디지?'
예전에 아빠께 들었던 말이 생각났어요.
'오순이처럼 착하고 순수한 영혼이 가는 곳이 천국이란다.'
오순이는 그날을 기억해요. 제 손을 꼭 잡은 아빠 손이 스르르 풀리며, 떨어지던 그날의 아빠 모습을, 그 슬프면서도 행복해 보이던 눈을...... '아빠, 천국에 가셨나요?'
"아빠, 순수한 영혼은 뭐죠?......"
곁에 아빠가 계신 듯, 작은 소리로 물었어요.
"아빠, 영혼이 뭐예요?"
답이 없는 물음이었어요. 아빠가 그리웠어요.
별이 총총한 어느 밤이었어요. 유난히 맑아 짙은 코발트빛의 하늘이었어요. 코끝이 찡하도록 싸늘한 공기가 흘렀어요. 고요한 침묵만이 흘렀어요. 간간이 바돌이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고 나뭇잎들이 새근거리는 소리만이 들렸어요.
오순이의 시선이 유난히 밝은 별 하나로 향했어요.
별은 반짝반짝. 유난히 밝은 별은 애를 쓰며 몸을 부풀리고 있는 듯 보였어요. 아니면 무척 즐거워 춤추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 먼 하늘 끝에 작은 별 하나는 훌쩍거리고 있어요. 몸을 움츠렸다 폈다... 작은 별이 더 작아 보였어요.
별을 한참 보고 있으니 별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오순아, 안녕? 나는 매일 너를 보고 있었어. 반가워~! 난 네가 가까이 있다는 게 느껴져. 너도 그러니? 나는 영혼이야. 네가 늘 궁금해하던 영혼 말이야.'
별은 자신을 계속 보아준 오순이와 눈이 마주치자 기뻐서 계속 말했어요. 그러나 별의 말은 오순이에게 웅얼거림으로 들려와서 뭐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어요.
"별님, 뭐라는 거예요? 잘 안들려요. 천천히 좀 크게 정확히 말해 보세요."
"아~아~ 톡톡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후후. 오순 님, 들립니까? 흠흠"
별은 장난스레 마이크치는 소리를 흉내 냈어요.
"어, 내 이름이 별님인 줄 어떻게 알았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별님이 물었어요.
"어, 들려. 들린다. 내게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지요?"
오순이는 신나서 펄쩍 뛰어오르다 가지에서 떨어질 뻔했어요.
별님과 오순이는 친한 친구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오순아, 나도 아주 오랜 예전에 너처럼 지구라는 땅 위에서 살았었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그리고 누구였는지도 몰라. 어느 날, 작은 별이 되어 여기에 있게 됐지. 세상엔 궁금한 건 많은데,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 오래도록 여기 있다 보니 이제 좀 알겠어. 궁금한 게 뭐야?"
"영혼이 뭐예요?"
"영혼?"
"예. 궁금해요."
"오순아, 너는 내가 여기 있는 게 느껴져? 보이는 거 말고. 네 마음에서 내 존재가 느껴지느냐고?"
"그럼요. 별님은 멀리 있는데 아주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럼 됐어. 우린 서로의 영혼이 만나고 있는 거야."
"무슨 말이죠?"
"영혼은 내 안에도 밖에도 있다고 말할 수 있지. 네 몸과 내 몸을 넘어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 해야 할까. 눈이 없지만, 눈이기도 하고, 귀가 없지만 귀이기도 하지. 그래서 세상 모든 것을 보고 듣고 할 수 있는 것."
"몸이 아니고 눈도 귀도 없다고요? 근데 어떻게 보고 듣고 느끼죠?"
"형체는 없지만, 서로가 서로를 느끼게 하고 넓은 세상과 먼 곳까지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 그래서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을 갖게 되고 그 안에는 사랑만이 존재한단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서로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는 건 영혼이 하나를 이루기 때문이지. 어렵지?"
"아, 지금 우리가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끼는 건 영혼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렇지. 영혼은 오순이가 찾아 나선 자유처럼 자유롭고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 영혼을 느끼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네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봐. 영혼의 소리가 들릴 수 있지."
"그럼 지금 저는 별님의 영혼과 대화하고 있는 거네요."
"그렇지. 나는 오순이의 영혼과 이야기를 하고 있고. 우리가 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영혼 덕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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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고 미움과 욕심이 많은 세상에서는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단다. 오순이 너처럼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만이 빛을 내지."
'내가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이라고...!'
오순이는 아빠가 하신 말씀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아빠의 영혼은 어디에 계실까 궁금했어요.
'아빠, 어디 계세요?'
오순이는 별님을 지나 저 먼 밤하늘을 바라보았어요. 아빠를 찾을 것 같은 희망을 담은 눈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