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창작 연재> 작은새 성장기 2

방황과 정착

by 소망

큰새와의 이별, 그리고 어릴 때부터 둥지를 틀어 살던 정든 터전을 멀리하고 돌아선 작은새는 당장 갈 곳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 놀던 이웃의 무지개 언덕에도 가 보았지만, 함께 놀던 친구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났습니다. 갈 곳도 잃고 찾아갈 곳도 없는 작은새는 이제 완전 외톨이가 되어 눈에 익숙했던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정처 없이 떠나야 했어요.


얼마나 날았을까요.


어딘지도 모르며 무작정 날아온 시간들.


지친 몸과 마음으로 내려앉은 작은 언덕 위.


허름하게 무너져가는 나무 둥지에 몸을 기댔어요.


작은새는 흐느꼈어요.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은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갑자기 후회감과 피로감이 몰려왔어요.


큰 깃털로 긴 시간 날아오느라 지친 작은새 몸에서는 망가진 털들이 후드득 떨어져 나갔어요


큰새와의 즐거웠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어요. 그러나 이제는 다 지나간 꿈같은 세월이었어요. 눈물만 주르륵 흘렀어요.


따스한 햇살이 작은새 머리꼭지에 내려앉았어요. 스르르 잠이 오네요. 작은새는 상처 난 가슴에 새 살이 솟아날까 기대하며 눈을 감았어요.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호~~ 이 새는 못 보던 새네. 쉿~"


"아빠, 근데, 몸의 깃털이 왜 이래요? 너무 흉측해요!"


"조용히 해. 멀리서 온 모양이야. 굉장히 지쳐 보이는걸."


"아직은 가족의 돌봄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왜 이런 곳에 혼자 있을까?"


두런두런 얘기 소리에 작은새는 눈을 떴어요. 머리가 까맣고 배는 하얀 긴 꼬리를 가진 새 가족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작은새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작은새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 그들도 커다란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어요.


서로는 한참 동안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작은새는 귓가에 들리던 흉측한 깃털이란 소리를 기억하고는 깃털을 바짝 웅크리며 일어나 앉았어요. 며칠 동안 어두운 밤과 낮을 헤매며 씻지도 못해 흉한 깃털이 더욱 초라해 보였어요.

꼬르륵~~

유난히 크게 들린 배꼽시계로 작은새는 더욱 불쌍해 보였지요.


따라서 간 그들의 보금자리는 커다란 갈참나무가 보란 듯 열매들을 키우고 있는 아주 넉넉해 보이는 숲이었어요.


멀리 따닥 딱딱 딱딱...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먹이로 배가 부른 작은새는 골짜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에 몸을 씻었어요. 물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니 몰려오는 슬픔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꼬깃거리는 깃털을 펴고 덕지덕지 붙은 지푸라기를 떼어냈어요.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한다니 막막했어요.


엄마 아빠를 잃고 나쁜 새들에게 놀림받고 쫓기던 어린 시절, 아직 굳지도 않은 여린 깃털을 나쁜 새들에게 뜯기는 아픔도 견뎌야 했어요.


생살이 드러나는 아픔과 배고픔에 지쳐 가던 때, 큰새를 만났었죠. 큰새의 도움으로 지금 이렇게라도 날 수 있는 거였어요. 큰새와 지내던 행복한 순간들이 오래도록 계속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것이 작은새의 운명이었을까요.'


큰새와 있을 때, 비록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고 맞지 않는 커다란 깃털로 살았어도 작은새는 자신의 모습에 신경 쓰지 않았어요. 늘 큰새는 작은새를 예뻐했으니까요. 가끔 다른 새들이 놀려도 큰새가 보호해 주고 안아주고 토닥여주었어요. 아름다운 건 마음이어야 한다고 큰새는 늘 말했어요. 자신 안에서 생동하는 선한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요.


그랬던 큰새는 아프면서부터 모든 것이 변했던 거예요.



갈 곳이 없는 작은새는 까치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어요. 까치 부부는 둥지 옆에 작고 튼실한 둥지 하나를 지어 주었어요.


작은새는 이것이 자신의 새로운 삶의 시작임을 알았어요. 그러나 여전히 큰새의 흔적은 작은새의 몸에 덕지덕지 남아 있었어요.




3화에서 계속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