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상실
깃털을 잃어 날지 못하는 외로운 작은새가 있었어.
어느 날, 옆집으로 엄마 같은 큰새가 이사를 왔어. 그 새도 작은새처럼 깃털이 여기저기 뽑혀서 멀리 날 수 없었어. 그래서 한 곳에 계속 머물렀지.
큰새는 엄마처럼 작은새를 무척 아껴주었어. 그리고 작은새를 측은히 여긴 큰새는 자신의 깃털을 하나씩 뽑아 작은새에게 주었어.
미안해하는 작은새에게 큰새는 말했어.
"난 괜찮아, 어차피 난 상처가 많아서 멀리 못 가. 너는 멀리 날아봐."
작은새는 고맙고 미안했지만 큰새의 진심이라 받았어. 작은새는 늘 그 옆에서 이야기를 나눴고 투정도 하고 응석도 부렸지. 고마운 큰새를 위해 늘 무엇을 해줄까 생각했고 진정 사랑했어.
세월이 흐르고, 큰새의 보살핌 덕분에 작은새는 멀리도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어.
작은새는 멀리 날아다니며 넓은 세상이 있음을 알았어. 큰새에게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지. 작은새는 신나고 행복했어.
작은새가 행복해져 가는 대신 큰새의 외로움은 커져갔어. 언제부터인가 큰새에게 병이 찾아왔고 그때부터 변하기 시작했어.
작은새는 깊은 고민에 빠졌고 자신이 큰새를 힘들게 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 깃털을 뽑아 큰새에게 돌려주고 싶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붙이고 다녀서 떨어지지 않았어. 작은새는 깃털을 볼 때마다, 큰새의 아픔으로 괴로웠어.
큰새가 많이 아파 괴로워할 때 다른 두 새가 날아왔어.
한 새가 말했지.
"나는 전에 큰새에게 멋진 깃털을 받았어. 큰새의 희생으로 난 멋지게 날 수 있었지. 보답하려고 왔어. 무조건 감사할 일이야. 그걸 모르면 도리가 아니지. 작은새, 너는 뭐야? 이렇게 많이 받았으면 그 고마움만 생각해야 해. 큰새가 원하는 걸 해 줘야지."
또 다른 한 새가 말했어.
"나도 많이 아팠는데 큰새의 도움으로 건강해져서 멀리 여행도 다니게 되었지. 아픈 큰새를 보니 마음이 아프네. 작은새는 어떻게 큰새가 원하는 걸 모르지?"
작은새는 흐느끼는 소리로 말했지.
"큰새가 원하는 게 뭔데? 난~ 몰랐어. 지금이라도 노력할게. 날 좀 불쌍히 생각하고 봐줘. 남의 깃털로 산 나의 모습도 추해졌잖아."
두 새가 말했지.
"큰새를 놔주기만 해. 너무 쉬운 일인데 왜 못 하지?"
큰새도 작은새에게 말했어
"넌 이기적이야. 그래서 너는 나를 놔줄 수 없는 거야."
큰새에게 그 말을 들은 작은 새는 휘청거리며 말했어.
"아니야. 난 큰새를 많이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 거야. 내겐 너밖에 없었어. 보내주는 게 힘들지만 네가 원한다면 언젠가는 할 거야."
큰새는 작은새를 조롱하듯 말했어.
"넌 못해. 할 수 있으면 해 봐. 몇 년이 걸리든...... "
작은새는 큰새를 보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았어.
작은새는 진정 사랑을 몰랐고 자신의 사랑이 위선이었다 생각했어.
'작은새야, 네가 큰새를 보내주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라 넌 할 수 없어.'
들려오는 작은 소리로 자신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뼈저리게 느꼈어.
진정으로 서로를 위한 독립이 무엇인지를, 자신의 무지와 위선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음도 알았지.
오래도록 아파하며 곁을 지켜줬던 큰새는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이었지.
희망은 저 멀리 주춤주춤. 작은새를 외면하며 손을 흔드네. 작은새는 어두운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기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