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하다 : 희미하여 분명하지 아니함.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벌써 30대가 훌쩍 지나있다.
지금의 나를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파릇파릇하다'거나 '생기 넘친다'는 말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고,
그렇다고 '성숙하다', '우아하다', '무르익었다'는 말도 아직은 어색하다.
감으로 비유하자면ㅡ단감이라 하기엔 부드럽고, 홍시라 하기엔 아직 단단한ㅡ
그 중간 어딘가, 애매하게 부드러운 듯 단단한 듯 한 그런 시기인 거 같다.
약간 물컹해진 단감 같다고 해야 할까
물론 모든 30대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 그런 단감이다.
예전에 멋도 모르고 당당했다면,
지금은 알게 된 만큼 조심스레 용기를 내어 한 발씩 나아간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던 때가 있었다면,
이제는 한 번쯤 마음속에 묵혀보고, 곱씹어 다듬은 후에 말한다.
과거에는 '내 시간! 내 공간! 내 권리!'를 외치며 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내 시간? 내 공간? 내 권리?'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완전히 물러진 건 아니지만
조금은 유해지고 유연해진,
약간은 물컹해진 단감 같은 나를 발견한다.
요즘은 삶의 챕터가 넘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새로운 장의 첫 페이지에 서 있는 느낌.
예전에는 '아니 단감이 단단하고 달달하니 제일이지!' 하며 굳게 믿었지만,
이제는 내가 보지 못했던 세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때마다 조금씩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당연함이란 단어에서 '겸손'이라는 단어로 익어간다.
지금의 나라고 정의 내린 것들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기 때문에 단감시절에는 단감대로 홍시 때는 홍시대로 의미가 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의 여정 속에 있다.
무엇보다 요가를 통해 그 겸손을 배워간다.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요가를 통해 기르는 중이다.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
지금 이 순간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의식이라는 감각.
그 감각은 나를 조이고 있던 수많은 생각들로부터 나를 풀어주고
나라는 존재가 그 자체로 충분함을 일깨워준다. 그렇게 온전한 나를 바라본다.
점점 물렁해지고, 언젠가 홍시가 되었다가,
천천히 시간을 견뎌 곶감이 되어가기를 바란다.
말랑하고 달콤하고 깊은 맛이 나는 존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