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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준 Aug 15. 2022

<작은새와 돼지씨>에 대한 짧은 후기


<작은새와 돼지씨>의 시사회에 참석한 날, 마침 옆 상영관에서 <놉>의 시사회가 열리기 직전이더군요. 말 가면 등 재밌는 복장이 많아서 절로 대기 줄에 눈이 갔습니다. 저는 그날 웨스턴 셔츠, 데님, 부츠 차림이었는데, 나도 미국 영화 보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제가 볼 영화의 상영관으로 향했습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작품을 보았습니다. 다큐는 감독께서 유치원생일 때 참여한 학예회를 담은 홈비디오로 시작합니다. ‘작은새’와 ‘돼지씨’가 부부일 거란 예감은 들었지만, 감독이 부부의 자녀일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프닝에선 걱정이 됐습니다. 감독님의 가족 이야기, 즉 특수한 사례를 담은 기록물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지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가르침을 망각한 채로요.


이러한 염려는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소파에 누워있는 부부의 모습, 남편의 발톱을 깎아주는 아내, 아내 발에 가시를 빼주는 남편의 모습 등에서 저는, 저의 부모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관객도 그러셨을 거라 생각해요. 저의 경우엔 제 부모님의 형상을, 뜻하는 대로 풀리지 않은 삶에서 위로를 구하는 저의 모습을, 사라지는 걸 기록하고픈 우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감독께서 아버지, 즉 돼지씨에게 예술에 대해 묻는 장면에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는 본인이 예술가라고 생각해?”라는 물음에 돼지씨는 아니라 답합니다. 그냥 즐거워서 했을 뿐 그리고 본인은 세 여자의 남자일 뿐이라는 말도 합니다. 저는 여태 오만을 자신감으로 고쳐 부르며, 이러한 모습을 발전의 동력이라 믿었습니다. 나라는 특별한 존재가 이 정도일 리가 없다는 망상에, 일상에 마음을 둘 수가 없었습니다. 늘 여기/지금보다 더 나은 곳에 진짜 내가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돼지씨처럼 자신 있게 “행복해”라 말을 하지 못했던 건 아닌가 싶었어요.


작은새와 돼지씨의 편지는 흡사 캘리그라피 작품 같더라고요. 언젠가부터 흔히 접하기 어려운 예쁜 손글씨를 실컷 볼 수 있습니다. 두 분의 작품도 멋지고요. 76분의 길지 않은 작품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실 수 있는 좋은 다큐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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