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비밀리에 해본 새벽의 일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벽기상을 했다. 뭘 위해서 이렇게 했던 걸까?
사실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만족하지 못했다. 더 나은 직장을 늘 갈망했다. 출근해서도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지?’, ‘내가 이런 일도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좀처럼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도 이직한 회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까 두려웠다.
누군가에게 내 직업을 소개하기 부끄러웠다. 전 직장인 항공사는 나에게 자부심 자체였다. 캐리어를 끌고 온 나라를 누비는 승무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아니다.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일 뿐이다. 게다가 서비스직이지만 더 이상 공항으로의 출근도 없다.
결국 나는 다른 회사에 기웃거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벽기상을 했다.
우선 나는 원래의 나의 직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항공사에 들어가서 비행을 해야지.’ 국내선 비행보다 국제선 비행을 즐겼던 나였다. 비행 간 나라에서 시간이 주어지면 자유롭게 여행도 했었다. 다시 그렇게 내가 좋아했던 그곳으로 돌아갈 테다! 이런 마음을 품고 몇 개월을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떴다.
어떤 날은 부족한 스펙을 채우고자 언어 공부를 했다. 또 어떤 날은 면접 연습에 회사 분석까지 아주 양다리가 따로 없었다. 그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출근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최종 면접에서 똑 떨어졌다.
어떤 항공사에는 서류조차 합격하지 못했다. 사실 한 두 달은 좌절하고 실망했다. 스펙은 조금 부족하지만 외항사 경력도 3년이나 있는데 왜 불합격일까. 최종 면접에서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하며 계속해서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불합격의 여파가 어느 정도 가신 후 나는 신기한 감정을 느꼈다. 이제는 더 이상 내가 있는 회사가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하기까지 했다. 또 매일같이 반복되는 나의 업무가 하찮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비록 항공사에는 불합격했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내 자리가 있어서였을까. 나 자신이 참 간사하게 느껴졌다. 순간 부끄러운 감정까지 들어 얼굴이 후끈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가졌던 목표가 생각났다. 바로 ‘회사 없이 홀로 살아남기였다.’ 항공사에 다니고 있어도 나는 늘 내 목표 향해 나아갔었다. 비행이 없는 날에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자립하려 노력했다. 그렇다. 나는 항공사에 다니고 있을 때도 홀로 서기의 꿈을 가졌었다.
내가 잠시 항공사 입사에 집착하는 동안 까마득하게 잊었던 것이다. 나는 즉시 마음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지금 회사에서 모든 게 익숙해졌다고 자만하지 말자. 차라리 이 익숙함을 무기로 나만의 칼을 갈기로 했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그렇게 나는 이곳에 악착같이 더 붙어 있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