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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력파 솜작가 Mar 08. 2023

새벽에 일어난다고 굳이 말하지 않기로 했다.  

눈치 보여서 못 해 먹겠네

숨길 필요는 없지만 친구들이 먼저 눈치채기 시작했다. “카톡을 새벽 다섯 시에 보내는 사람이 어디 있냐?‘라고 하면서 대체 몇 시에 일어나는지 물었다.


나는 ‘다섯 시 반쯤..?’ 하며 죄지은 사람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겉으로만 친구인 ‘겉친’이 아니기에 친구들은 깔깔 웃어댔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어떻게 된다더라? 역시 할머니다 등등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그 순간에는 조금 부끄러웠다. 내가 이상한가? 나는 새벽에 집중이 잘 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뭉게뭉게 생각이 피어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친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내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겠지. 평소 같았으면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놀았을 나다. 또 제일 신나게, 가장 늦게까지 자리에 남아있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새벽에 일어난다고 하니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노는게 제일 좋은 (구)뽀로로





그러고는 생각했다. 분명 이 새벽 시간이 나에게 맞다는 걸 보여줘야지. 보여주기 위한 기상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맞게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친구들 다음으로는 회사에서 눈치채기 시작했다. 새벽 기상이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오픽 시험을 등록해 두었는데 일어나기는 힘들고, 나는 한 시간 일찍 출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드디어 방법을 찾아서 뛸 듯이 기뻤다. 일찍 일어나기 힘들 것 같을 땐 아예 일찍 나오면 되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직원들이 놀라는 모습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만두었다. 나를 발견한 직원들은 나와 오픽 프린트물을 번갈아 보며 눈이 동그래졌다. 공부하러 일찍 온 거냐며 대단하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공부를 왜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하는지 관심 있게 물어보기도 했다.


맙소사.. 이런 결과를 원한게 아닌데.. 나는 다시 집에서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새벽 시간은 나만의 비밀이 되었다.


몇 달이 지나고 주변에서 요즘도 일찍 일어나는지 물었다. 내 대답은 정해져 있다. 가끔 일어난다며 쉽지 않다고 얼버무린다.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내 기상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싶어서 정한 답변이다.


이런 경험들로 느낀 것이 있다. 무언가 새로 시작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실패할 두려움, 경제적 어려움도 아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들의 놀림은 잠시이고 내 진지한 태도에 따라 그들도 곧 인정하게 될 것이다. 웃으라고 그냥 두면 된다. 얼마 후면 내 얘기는 입에 오르지도 않을 테니까.


그러니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쉽지 않을걸?이라고 의심을 품고 말려도 내 신념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시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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