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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와 바질 페스토, 제3의 맥주 친구

솜대리의 먹는재미

by 솜대리



지금 계절에 딱 맞는 조합의 음식이다. 순대와 바질 페스토!



보통은 맛있는 조합 이야기를 들으면 상상이 간다. 짜파구리는 먹기 전에 생각해봐도 짜장면에 고춧가루를 뿌렸을 때 처럼 달고 짠 짜파게티에 매콤한 너구리가 매력을 더해줄 것 같지 않은가.

매콤달콤짭짤 짜파구리!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 조합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는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둘 다 기름지고 짭짤하다. 같이 먹는 생각만 해도 왠지 속이 니글거렸다. 왠만한 새로운 음식은 알면 바로 먹어보는데 이 조합은 찾아서 며칠을 미적거렸다. 그러다 결국 먹기는 먹었는데...흠뻑 빠졌다.


올리브유 속 은은한 바질향이 순대의 잡내를 잡아주고, 비슷한 듯 다른 짠맛이 서로 감칠맛 있게 어우러졌다. 약간의 느끼함은 있었지만 술을 한 모금 딱 곁들이면 그 마저도 싹 가셨다. 오히려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곁들이는 술은 맥주가 최고다. 청량감이 강한 라거는 라거대로 음식의 기름짐을 청량하게 씻어 내려서 좋고, 홉향이 강한 IPA나 에일은 그거대로 진한 홉향이 진한 음식의 맛과 향에 발란스가 잘 맞춰져서 좋았다.

내 입맛이 쉬운 걸까, 흑맥주랑 사워에일 빼곤 다 좋다! (사진 출처: craft brewing business)

여름 저녁에는 밥 하기도 덥고 귀찮고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놓고 맥주 한 잔 들이켤 때가 많은데, 순대와 바질 페스토의 조합을 알게 된 이후로는 이 조합이 제3의 선택으로 떠올랐다.


듣도보도 못한 이런 조합은 어떤 천재가 생각해낸걸까 하고 감탄했는데, 생각해보니 세상에 아예 없는 조합은 아니었다. 페스토 파스타에는 소시지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순대는 서양의 소시지인 셈이니 (책 '솜대리의 한식탐험' 순대편 참고) 구성이 유사하다.

소시지 가득한 바질 페스토 파스타. 이 역시 꿀맛! (사진 출처: Simply sissom)


더 알아보니 스페인에서 Blood sausage에 바질 페스토를 곁들여 낸 걸 본 적있다는 주변의 증언도 있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 끄트머리에 있는 부르고스라는 도시는 Blood sausage가 특산이다. 나도 부르고스에서 Blood sausage를 먹어봤지만 이 조합을 현지에서 보지는 못했고 구글로 얼른 검색해봤을 때 주요 검색 결과로 나오지는 않는다.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란다.)


이렇게 참조하고 응용해서 새로운 음식을 고안해내는 트렌드, 아주 바람직하다. 덕분에 더 다양하게, 여름밤을 누리고 있다. 더위에 밥 챙기기 귀찮다면, 이 조합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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