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의 매일 한의원에 간다. 가서 두 발목과 두 손목을 찜질하고, 물리치료한 후에 침까지 맞느라 30분을 누워있다가 온다. 병원은 항상 가기가 싫었는데, 한의원은 침을 수십 방을 맞아도 은근히 가는 게 좋다.
엄마 새디스트 아님 주의. (ft. 엄마 생일 케이크 초 혼자 불겠다고 엄마 밀치는 딸내미)
한의원에 가는 게 왜 좋은가 생각해보니...
부담 없이 아프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인일조로 육아를 하는데 한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다른 사람의 부담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상대방이 눈치를 안 준다고 하더라도 아픈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미안하고 신경 쓰이는 일이다. 하지만 한의원에서는 어차피 환자로 간 거니 그럴 필요가 없다.
그리고 한의원에 가면 나 자신을 돌보는 느낌이 든다. 아픈 부위만 딱 내보이고 치료받고 끝인 양방 병원과 달리, 한방 병원에서는 나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다른 부위의 상태와 나의 최근 생활 방식 등도 함께 얘기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비록 돈을 주고 의료 서비스를 사고파는 관계라 할지라도) 누군가 나에 대해 이렇게 물어봐주고 살펴주는 듯해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나를 생각하는 건 남편이 훨씬 많이 생각하겠지만, 그는 대신해서 애를 봐주느라 말할 틈이 없다. ㅎㅎ
내가 없을 때 그들은 '잘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의 뒷동산을 탐방하거나
게다가 한의원에 가면 누워있을 수 있다. 일과 육아의 틈바구니 속에서 아등바등하다 보면 누워있을 시간이란 좀처럼 없다. 전광석화 같이 움직일 뿐 ㅎㅎ 하지만 한의원에서 두 손 두 발 모두 침을 꽂고 있다 보면 멍하니 누워있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이 기회에 듣고 싶었던 팟캐스트를 들어야지 하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치료를 받았는데, 멍하게 있는 게 너무 좋아서 요새는 그냥 가만히 있는다.
복직을 할 때 즈음, 선배 워킹맘이 내게 '출퇴근을 너무 빠듯하게 하지 마라'라고 했다. 너무 조급하게 출퇴근하지 말고 5분, 10분이라도 자기 시간을 가지라고. 그분 말은 귀담아듣는 편이지만, 이 말만은 깊게 듣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가 눈에 밟히고 밀린 일이 신경 쓰여 항상 빠듯하게 다녔다. 그런데 요 며칠 한의원을 다니느라 강제로 여유를 가지다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갔다. 잠시 누워있고 오면 (실제로 몸이 나아지는 것도 있겠지만) 아이도, 잠시 나 대신 아이를 봐준 남편도 훨씬 예뻐 보였고 힘이 났다.
화분의 돌멩이를 다 꺼내놓는다거나 (힘 났으니 이정도는 할 수 있어... 또록)
쉽지는 않은 일이다. 오늘 육아 휴직에서 막 복직한 (나보다 초보 워킹맘인) 친구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해왔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어도 진통제를 먹었더니 좀 낫더라고 하길래 이 일련의 이야기를 해줬는데, 애들도 컨디션이 안 좋고 남편도 힘들어해서 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매일 이런 상황이 생긴다며 한약은 한 재 지어먹던가 해야겠다고 했다. 그렇다. 시간을 갖는 게 쉬우면 이렇게 힘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ㅎㅎ 나도 막상 한의원 치료가 끝나면 다시 뛰어서 출퇴근하던 그때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 주차장에서 노래 딱 한 곡만 듣고 올라가고,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고 그 김에 잠시 멍 때리고. 그 정도는 해보련다. 안되면 가끔 한의원이라도 가고. 나 자신(특히 내 몸)도 잘 도닥이며 살아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