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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Sep 14. 2023

딸내미는 Pre-K 적응 중

미국생활 22-24일 차



아이가 Pre-K에 등원한 지 3일 째다. 내 모든 신경은 거기에 집중되어 있다.


첫날은 씩씩하게 갔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몰랐겠지. 아이를 하원시킨 남편 말에 따르면, 선생님은 아침에만 울고 잘 있었다는데 아이는 표정이 아주 안 좋았단다.


수업 중인 엄마를 위한 아빠의 하원 실황 중계


마음이 아팠다. Pre-K는 적응 기간이 따로 없이 첫날부터 6시간 20분씩 진행이 되었는데, 자체적으로라도 적응기를 가진다고 할걸 후회가 됐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할까 했는데, 남편이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선생님도 괜찮다고 했으니 지켜보자고 했다. 그래도 나는 적응기를 가지고 싶었지만, 하원시키는 사람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영어 유치원을 몇 달이나마 보내다 올걸 하고 뒤늦은 후회만 했다.


그리고 둘째 날. 전날 밤과 아침 내내 Pre-K 가기 싫다고 울던 아이는 억지로 등원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이 하원 시간 10분 전부터 수업도 귓등으로 듣고 내내 남편의 연락만 기다렸다.


놀랍게도 아이 표정이 괜찮았단다. 심지어 남편에게 '내일 어린이집 갈 수 있을 것 같아'라고 까지 했다. 내게도 '이젠 선생님은 안 무서워'라고 했다. 딸내미가 그렇게 기특하고 고마울 수 없었다.


그래도 아직 불안해했다. 저녁만 챙기고 다시 도서관에 가려던 나를 아이가 붙잡았다. 평소에는 쿨하게 보내주는데.요 며칠 온통 아이에게 신경과 시간을 쓰고 있어서 숙제가 잔뜩 밀렸지만 (결국 꼴찌로 제출한듯 하다.) 또 다시 다 미뤄두고 아이가 잠들 때까지 곁에 있었다.


아이가 하원하면 바로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주고 있다. 영상 노출에 박한 우리 부분데.


하지만 오늘, 셋째 날 아침 아이는 또 눈물을 보였다. 떨어질 때는 또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오늘은 더 괜찮을 거라고 응원하며 억지로 들여보냈다. 그렇지만 내 말이 틀렸다. 오늘은 내가 하원이 가능해서 갔는데, 아이 표정이 안 좋았다. 남편 말로는 첫째 날 보다는 표정이 낫지만 셋째 날보다는 확실히 안 좋단다.


얘기를 안 하는 아이를 구슬려 말하게 하고 보니 친구들이 무섭단다. 자기는 혼자 놀고 싶은데 자꾸 말 건단다. 하지만 내심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울어도 친구들이 가만히 있고, 혼자 놀면 심심하고, 이런 말들을 드문드문 꺼냈다.


보통 적응이야 2-3주 정도 잘 버티면 되지만, 언어가 안되니 문제가 다르다. 원래 다니던 어린이집에 안정적으로 적응한 상태였고, 어린이집에서 나름 영어 수업도 주 4회 20분씩 했고, 낮잠도 아직 못 떼서 내내 다니던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그러지 말 걸 그랬다. 하, 이건 지나간 얘기고.


Pre-K 친구들에 얼른 적응할 수 있도록 플레이 데이트를 열심히 잡아 봐야겠다. 처음에는 등하원 담당인 남편에게 플레이 데이트 추진을 제안해봤는데 거절당했다. 미국도 엄마들이 등하원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남편이 말 붙이기가 쉽지 않고, 남편 본인도 생각보다 안 들리는 영어와 새로운 환경에 고군분투 중인 것 같다.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아이 스트레스를 풀어주겠다며 최선을 다해 놀아주고 있는데, 지금 남편 상황에서는 그 것만 해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플레이 데이트는 내가 추진해보려고 한다. 말 안통하는 우리 딸내미의 플레이 데이트를 잡기는 쉽지 않겠지만 온갖 술수를 부려봐야겠다.


우선 오늘은 여기서 알게 된 한국인 또래 친구와 플레이 데이트를 했다. 간만에 친구와 놀이 욕구가 좀 해소된 것 같아 기뻤다.


진짜 아이가 Pre-K 적응만 잘해도 큰 산은 넘는 것 같다. 전에 똥파리 때도 이런 얘기 하긴 했지만. ㅎㅎ 역시 외국 생활 쉽지 않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 선택인데. 우선 자야겠다.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 든든하게 아침 먹고, 다시 씩씩하게 가족들을 응원하며 내일을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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