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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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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Oct 01. 2023

뉴욕 폭우_우리나라의 기후 적응력이란

미국생활 40일 차



뉴욕에 폭우가 내려서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한국까지 전해졌나 보다. 한국에서 안부를 묻는 연락들이 오고 있다.


사실 나와 남편은 좀 의아해했다. 비가 많이 오긴 했는데, 진짜 글로벌 뉴스가 될 만큼 오지는 않았다. 체감상으로는 우리가 일 년에도 몇 번씩 겪는 장맛비보다 더 약했다. 나는 멀쩡히 수업에 다녀왔고, 남편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장까지 보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 대중교통이 끊겨서 고생하긴 했고 비가 좀 잦아들 때 출발하긴 했지만, 포인트는 뚜벅이가 장 보러 갈 엄두를 낸 날씨였다는 거다.


life-threantening situation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 이라는 알림 문자를 받고도 나와 남편은 어벙벙했다


문제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여기는 우리나라보다 배수 시스템이 훨씬 빈약하다. 비가 조금 오기 시작하자 도로 곳곳이 잠기기 시작했다.


올 초 LA 쪽에 출장 갔던 일이 떠올랐다. 비가 드문 그곳은 아예 배수 시스템이 없다시피 해서, 이 정도 비에 도로가 정말 침수되고 호텔도 정전이 되었다. 우리는 한국에서 파트너사까지 갔는데, 정작 파트너사에서는 모두가 재앙이라며 집으로 돌아갔다. 결국 우리는 파트너사 오피스에서, 파트너사 직원들은 집에서 온라인 미팅을 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었다. (심지어 들어오기로 한 사람 중 가장 높은 사람은, 집에 토사가 밀려들어와서 집에서 온라인 미팅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나마 뉴욕은 조금 낫기는 하는데 그야말로 조금 낫다. 오늘 동기들 얘기를 들어보니, 꼭대기 층도 아닌데 천장이 떨어져 내린 집도 있고, 집에 물이 밀려들어온 동기도 있고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가 무사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반지하집이 침수된 건 너무나도 예사…


수강하는 과정 중에 'Climate Change Adaptation' (기후 변화 적응)이라는 과목이 있다. 그 수업 첫 시간에 리스크는 사건과 노출도와 취약성의 교집합이라고 배웠다. 즉, 피해(리스크)는 단순히 비가 많이 온다(사건)고 발생하지 않고, 하필 내가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 살고(노출도), 그 지역이 배수 시스템이 미약할 때 발생한다(취약성)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비에 대한 대비도가 엄청 높은 걸 (취약성이 낮은 걸) 절감한 하루였다.


이럴 때 배운 거 한 번 써먹어 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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