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뉴욕 일기

파티 나잇!_트리 점등 행사 + 연말 파티

미국생활 111일 차 (날짜 계산을 잘 못 해와서 갑자기 111일)

by 솜대리



지난 토요일 저녁의 일기인데 밀렸다. ㅎㅎ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하루였다. 우선 5시에 근처 공원에서 트리 점등 행사가 있었다. 딸내미 친구 엄마가 자원봉사자로 행사를 주관하고 있어서 정보를 학부모창에 공유했고, 꽤 많은 가족들이 오기로 했다. 낮에는 과제에 파묻힌 나 대신 남편이 혼자 애를 봤어서, 남편은 쉬게 하고 아이와 둘이 나섰다.


아침에 왜 오늘은 학교 가는 날이 아닌지 아쉬워했던 딸내미는 (한국에서는 이런 적이 단 하루도 없다. 여기와서도 이렇게 표현한 건 처음이라 기뻤다.) 친구들도 온다고 하니 신이 났다. 행사 장소가 우리 집에서 편도 15분 정도 걸렸는데 아이가 킥보드를 밀어달라고 하길래, 엄마는 힘이 없어서 아빠처럼 킥보드를 못 끌어주니 네가 혼자 오갈 수 있겠으면 가고 아니면 말자고 했더니 열심히 갔다.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해 가고 있어.", "친구들이 벌써 다 온건 아니겠지?" 하면서 종알거리면서 가는 모습이 귀여웠다.


머리에 피 안 몰리니…


가자마자 친구들을 만났다. 핫초코와 쿠키도 나눠주고 있었는데, 아이는 놀고 싶어서 심지어 쿠키도 안 받겠다고 했다.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옆에서 안달하면서 기다려는 줬다. ㅋㅋ 나를 핫초코 받침대로 쓰면서 아이는 신나게 뛰어놀았다. 등을 달아 둔 커다란 나무가 있었는데 거기서 지겨운 줄도 모르고 빙글빙글 돌고 매달리며 놀았다. 깜깜한데 키가 비슷한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녀서 아이를 놓칠까 봐 바짝 긴장은 했지만, 날씨도 춥지 않고 손에는 핫초코가 있고 어렴풋이 음악 소리가 들리고 아이가 행복하게 놀고 있어서 나도 행복했다.


불을 켜고 보니 이런 영화 같은 모습이었다 ㅎㅎ




40분쯤 그렇게 놀고 나니 트리를 점등했다. 주변이 진짜 칠흑같이 어두워서 트리 점등 효과가 더 드라마틱했다. 갑자기 친구들도 더 발견하고 ㅋㅋ 아이들도 신이 나서 반 친구들끼리 손잡고 빙글빙글 돌고 난리가 났다.


7시에는 또 다른 학부모가 주도하는 연말 파티가 있어서 아이가 계속 안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내심 걱정했었는데, (나에게는 다행히도 ㅎㅎ) 다른 가족들도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서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돌아가면서 남편에게 밥을 해놓으라고 전화를 하고 도착하자마자 남편에게 아이를 넘겼다. 아이가 밥을 먹는 동안 옷도 갈아입고, 미국 와서 최초로 화장도 하고 (!!), 아까 행사 가기 전에 급하게 산 선물도 예쁘게 포장했다. 노키즈 파티라, 아이는 잠시 다른 집에 맡기고 드디어 파티로 향했다.


맛있어 보이는 치즈 세개 사니 오만원이었다… ㅎㅎ


가기 전에 남편과 밥을 먹고 가야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얘기했었다. 미국은 진짜 밥 약속을 하는 경우가 없다. 친구들끼리 점심때 만나도 따로 밥을 먹자고 미리 약속한 게 아니면 당연히 밥을 안 먹는다. 남편은 밥을 먹고 가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래도 파티니까 괜찮을 거다 했는데, 결론은 조금 먹고 가는 게 나았다. 유대인식 감자 팬케이크와 샤퀴테리 및 치즈, 빵, 트레이더조의 냉동 소시지 롤, 미트볼, 패스츄리만 조금씩 있었다. 세계 어디든 파티를 열면 당연히 음식을 잔뜩 대접하는 건 아니었나 보다. 이 것도 우리나라의 문화였던 걸까.


기본 세팅이 이렇고 오븐에서 조금씩 계속해서 안주가 나왔다


대신 술은 아아주 많았다. 호스트 부부 중 남편은 술을 아예 안 마시고 아내도 술을 즐기지는 않아서, 술장에 있는 술만 해도 한가득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전에 가져간 샴페인도 그대로 나왔다. ㅎㅎ 이것저것 맛보고 말 거는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를 픽업하기로 한 시간이 돼서 남편은 먼저 아이를 데리러 가고 나는 호스트 부부와 더 수다 떨다가 자정에나 집에 왔다. (새로운 사람들도 많았지만 사실 새로운 사람과 재밌게 수다 떠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 뉴욕의 밤은 무섭지만 이 집과 우리 집은 워낙 가까워서 괜찮았다.


유대 전통 감자케이크, 애플소스나 사워크림 등과 함께 먹는단다



파티에서 처음으로 유태교 명절인 하누카 장식을 본 것도 재밌었다. 호스트 부부가 아내는 유태교 남편은 기독교라서, 유태교 명절인 하누카 장식과 트리 장식이 동시에 되어 있었다. 하누카 기간에는 9개의 초가 동시에 꽂히는 촛대를 쓰는데, 불을 붙이기 위한 하나의 초는 디폴트로 켜놓고 하루에 하나씩 불을 추가로 붙인다고 했다. 운을 점치는 팽이 같은 것도 같이 장식을 해놓고 아이에게 주라고 하나를 전해주기도 했다. (이 부부는 우리에게 이렇게 친절한데, 우리 딸내미는 이 집 아들만 보면 정색을 해서 민망해 죽겠다. 조만간 나도 선물을 하나 해야겠다.)


술봐라.. ㅎㅎ



아침부터 과제에 조모임에 삼시 세끼 챙기고 선물 사고 정신없었는데, 그래도 돌아보니 진짜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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