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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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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an 09. 2024

미국 산부인과

미국생활 142일 차



약 2주 전 테스트기/ 학교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했다. 학교 병원에서는 테스트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서, Referral을 받고 심장 소리가 확실히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 오늘 처음 진짜 산부인과에 갔다.


학교 병원에서 만난 직원들이나 간호사들은 진짜 딱딱하고 무서워서 긴장을 했는데, 산부인과 전문 병원은 그래도 분위기도 따뜻하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대기실은 부드러운 분위기였고, 직원이나 간호사들도 친절하게 대해줬다.


맨해튼에 가장 많은 Mount Sinai 병원


좀 비효율적인 건 있었다. 비슷한 내용의 사전 설문지를 가기 전에 온라인으로 하고, 가서 의사 만나기 전에 또 하고, 의사를 만나서 구두로 또 했다. 자궁경부암 검사 같은 건 내가 영문으로 알 리가 없는 단어들이라 모르는 단어들이 천지여서 할 때마다 애를 먹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의사가 한국계였다. 한국어로 진료를 본 덕에 놓치는 것 없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시스템은 비슷한 듯 달랐다. 한국은 초음파를 병원에서 같이 보는데 여기서는 세부 초음파는 산부인과와 협업을 맺은 다른 파트너사에 별도로 예약을 잡아서 해야 한다고 했다. 맨해튼에서 가장 큰 병원인데도 그랬다. 임신 기간 내내 산부인과와 그곳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미국은 임신 기간 내내 산부인과를 가는 횟수가 훨씬 적다고 들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물론 한국에서는 초기랑 막달에는 매주 가다시피 하긴 했지만, 안정기 때 기준으로는 비슷했다.


산부인과 4번, 초음파 전문 4번 총 8번


한국에서 안 하는 검사도 한 가지 있었다. 무슨 유전자 검사였는데, 한국에서는 하는 곳이 없지만 여기서는 다들 한다고 했다. 다만 차이는 바로 결정하도록 하지 않고, 원하면 보험사에 전화해 보고 진행을 결정하도록 했다. 워낙 여기는 비용이 비싸고 보험사 커버 여부가 중요하니 그런 식으로 가이드를 주는 것 같았다.


보험사와 체크할 코드 리스트를 아예 키보드 패드 아래 붙여뒀다


검진 의자도 미묘하게 달랐다. 한국에서는 무릎을 걸치고 앉는 형식인데 여기는 발꿈치를 걸치고 앉아야 했다. 처음에는 한국처럼 앉으려 했다가 버벅거렸다.


긴장된다. 일단 병원 시스템, 단어 하나하나가 몽땅 새롭다. 둘째인데 둘째 같지 않은 느낌 ㅎㅎ 프로그램이 끝나가는 시점이 출산일이라 체류 계획이나 회사 관련 계획도 몽땅 다시 짜야한다.


그래도 반갑다 둘째야 :)


그래도 엄마가 '이 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는 말이 많이 위안이 된다. 양가에서 워낙 딸내미 하나만 잘 키우라고 얘기를 해왔어서, 말을 꺼내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엄마의 저 말을 시작으로 모두 엄청 축하를 해주었다. 앞 길이 막막한 건 사실이지만 말만으로 엄청 위안과 힘이 되었다. 아직까지 둘째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편의 걱정 어린 말만 듣다가...ㅎㅎㅎ..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좋았다. 힘을 내서 잘 해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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