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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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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an 15. 2024

입덧하는 임산부에게 부적합한 도시, 뉴욕

미국생활 148일 차



그 분이 슬슬 내 안에서 몸을 풀고 계신다. 말만 해도 끔찍한 입덧.


출산, 그리고 신생아 때의 밤낮없음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입덧은 진짜 어떻게해도 마음의 준비가 안된다. 그저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인데, 이러면 또 시간은 기가 막히게 안간다.


지금 시기의 임산부에게 뉴욕은 진짜 최악이다. 남편도 처음 왔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로 냄새를 꼽았고, 처음 집에 왔을 때도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지하 집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했었다. 그 정도로 뉴욕은 온갖 냄새의 소굴이다.


딱 봐도 갑갑한 우리집 젤 큰 거실 창문. 요 너머 3미터 앞에 옆 건물 가벽이 있다.


길거리에서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 환풍구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찝찝한 음식 + 생활 냄새가 난다. 아니다. 그럼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 노숙자와 대형견들의 것으로 유추되는 분뇨 냄새가 나면 다른 모든 냄새를 덮는다. 집이라고 딱히 나아지지 않는다. 우리 집만 그럴 수도 있지만, 집의 창문이 다 다른 건물 환풍구를 마주하고 있어서 환기를 하면 냄새가 난다...


평소에는 고개를 찌푸리고 마는데, 지금처럼 개코가 되었을 때는 정말이지 견디기가 힘들다. 냄새 때문에 속도 갑갑한데, 사방을 둘러봐도 다 건물이라 마음은 더 갑갑하다.


오늘은 결국 못 견디고 잠시 리버사이드파크까지 걸어갔다 왔다. 딱 파크 까지 가서 허드슨 강과 좀 트인 뷰만 보고 왔는데 그래도 살 것 같았다. 조금만 덜 추웠으면 15분 걸어서 센트럴 파크 다녀오는 건데.


잘 안보이지만 저 나무 너머가 허드슨 강이고, 그 너머가 뉴저지다.


임산부가 아니라도 이 냄새와 빌딩숲에서 살다보면 나처럼 갑갑증 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뉴요커들이 그렇게 센트럴 파크와 리버사이드 파크를 좋아하나보다.




+) 아 또 한가지, 미친듯이 비싼 외식 물가도 힘들다. 한국이면 지금쯤이면 아무거나 먹고 싶은 걸로 다 사 먹을텐데, 여기선 절대 그럴 수가 없다... 입덧하면서 음식하려니 정신이 다 혼미하다.


오늘은 MET(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가서 요런 2가지 활동을 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그래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지… 하지만 지금은 너무 빡시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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