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Jan 17. 2024

좀비 상태, 부스터가 필요하다

미국생활 149일 - 150일 차



어제는 방학 마지막 날이었고 오늘은 개강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다른 게 하나도 없다. 임신 초기라 상시로 정신없이 피곤하고 속이 안 좋아서 상황이 달라져도 다른 게 딱히 없다 ㅋㅋ


어제는 또다시 MET의 키즈 프로그램에 갔다. 알고 보니 MET은 학교 휴일마다 별도의 키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판화를 만들어보는 체험이었는데, 간단한데 아이가 앉아서 3개나 연속으로 즐겁게 만들었다.


엄마한테 보여준다고 늘어놓고 신나서 춤추는 중 ㅎㅎ MET은 이제 진짜 상시로 온다. MOMA도 그렇고. MET과 MOMA가 이렇게 익숙한 공간이 되다니 신기하다


문제는 나였다. 점심때 밥이 안 먹혀서 라면을 먹고 갔는데, 라면은 자극적이라 속이 부대꼈다. 그런데 아이랑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풀이나 페인트 냄새를 좀 참고 있었더니 속이 뒤집어졌다. 밖에 있던 남편을 급 소환하고 나는 빠져나왔다. 나 때문에 아이 프로그램만 마치고 바로 집으로 왔다.


오늘 아침에는 왠지 베이글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를 등원시키고 남편과 궁금했던 새로운 베이글 집에 갔다. 집 근처 유명 베이글 집 보다 맛도 그냥 그랬거니와, 먹다 보니 또 속이 안 좋았다.


가게 주인이 진짜 친절해서 인상 깊었다. 테이블마다 다 인사를 하고 다녔다. 우리나라는 이런 주인들이 가끔 있어도 여기는 진짜 없는데. 그래서 구글 평점이 5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입덧은 딸내미 때랑 똑같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냄새에 예민해지는 단계'를 넘어서 '자극적인 걸 못 먹는 단계 (물리적으로 배가 아픔)'를 거쳐 '배고픔을 채우는 이상으로 먹으면 괴로움' 단계에 이르렀다. 이 단계에서는 굉장히 선별적으로 자주 먹어야 해서 일상생활이 조금 불편하다. 이다음은 '헛구역질이 남', '속이 안 좋아 잠을 못 잠' 단계다. 으헝 ㅠㅠ   


개강은 했지만 오늘은 수업이 없는 날이라 낮에는 학교 도서관에 가서 개강 준비랑 그간 미뤄 둔 각종 행정처리들을 했다. 수업은 안 들어도 도서관에 오니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피곤해서 딱히 집중도 안되었지만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ㅎㅎ


오늘 뉴욕은 눈이 왔다. 700일 만에 제대로 눈이 왔다고 다들 난리다. 겨울 눈이 잦다가 안와서 그런지 어른들도 신나했다


수업을 하면 2시간 40분을 집중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아득하다. 자주 자고 자주 먹어야 하는데. 그래도 회사 다닐 때 임신하는 것보다는 부담이 없고 중간중간 잘 수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초기가 지나는 6주만 잘 버텨보자... ㅎㅎ


6주를 괴롭지만은 않게 잘 보낼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크리스마스 카운트 다운 하듯 어드밴트 캘린더라도 사거나, 매주 즐거운 외출이라도 하나씩 계획해서 그걸 바라보고 살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덧하는 임산부에게 부적합한 도시, 뉴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