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172일 차
진짜 뜬금없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전에는 한국에서 한 번도 안 먹어 본 꼬리곰탕이 먹고 싶더니, 이번에는 한국에서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미역줄기 볶음이 먹고 싶었다. 왜 평소 잘 먹지도 않던 음식들이 그렇게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딸내미 임신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맨해튼에 있으면서 한국 음식을 먹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니까 종종 마음이 이상한 데로 튀는 것 같다.
미역 줄기가 생각이 슬금슬금 나면서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뒀었다. 하지만 남편이 낯선 음식에 도전할 것 같지도 않고 기력도 없어서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오늘은 못 참게 먹고 싶어졌다. 결국 밤 10시가 넘어 미역줄기볶음을 시작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소금에 절여진 미역줄기를 씻고, 잠시 물에 담가 소금기를 빼고, 간장/ 참기름/ 마늘에 볶았다. 당근을 넣으면 색깔이 예쁘지만 없어서 양파만 조금 넣었다.
요리가 끝나고 반찬통에 넣어두고 프라이팬에 조금 남겨서 요리하던 젓가락 채로 먹었다. 고소하고 짭짤하고 오독오독한 게 맛있었다. 미역의 엽산이 필요했던 건지 몸도 훅훅 받았다.
... 그럴 때 조심해야 된다. 안 그래도 밤 11시라서 나름 양을 자제했는데, 이 놈의 미역줄기가 뱃속에서 부는 것 같았다. 내내 괴로워하다가 결국 2시에 잠들었다. 이게 문제다. 밤에는 안 먹으면 배고파서 입덧이 올라오고, 먹으면 먹은 대로 입덧이 올라오고. ㅠㅠ 입덧아 얼른 좀 지나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