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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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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Feb 10. 2024

밤 11시의 미역줄기볶음

미국생활 172일 차



진짜 뜬금없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전에는 한국에서 한 번도 안 먹어 본 꼬리곰탕이 먹고 싶더니, 이번에는 한국에서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미역줄기 볶음이 먹고 싶었다. 왜 평소 잘 먹지도 않던 음식들이 그렇게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꼬리 곰탕이라니, 지금은 생각만 해도 역하다


딸내미 임신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맨해튼에 있으면서 한국 음식을 먹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니까 종종 마음이 이상한 데로 튀는 것 같다.


미역 줄기가 생각이 슬금슬금 나면서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뒀었다. 하지만 남편이 낯선 음식에 도전할 것 같지도 않고 기력도 없어서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오늘은 못 참게 먹고 싶어졌다. 결국 밤 10시가 넘어 미역줄기볶음을 시작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소금에 절여진 미역줄기를 씻고, 잠시 물에 담가 소금기를 빼고, 간장/ 참기름/ 마늘에 볶았다. 당근을 넣으면 색깔이 예쁘지만 없어서 양파만 조금 넣었다.


참깨 솔솔 뿌리면 다섯배 맛있어 보이는 마법


요리가 끝나고 반찬통에 넣어두고 프라이팬에 조금 남겨서 요리하던 젓가락 채로 먹었다. 고소하고 짭짤하고 오독오독한 게 맛있었다. 미역의 엽산이 필요했던 건지 몸도 훅훅 받았다.


... 그럴 때 조심해야 된다. 안 그래도 밤 11시라서 나름 양을 자제했는데, 이 놈의 미역줄기가 뱃속에서 부는 것 같았다. 내내 괴로워하다가 결국 2시에 잠들었다. 이게 문제다. 밤에는 안 먹으면 배고파서 입덧이 올라오고, 먹으면 먹은 대로 입덧이 올라오고. ㅠㅠ 입덧아 얼른 좀 지나가렴.


남은 숙제 하며 냠, 숙제 하기 싫어서 미역줄기볶음이 먹고 싶었던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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