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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Feb 11. 2024

미국 생일 파티는 더치?

미국생활 174일 차



동기 생일 파티에 초대받았다. 원래 매주 영감을 주는(?) 단체 문자도 보내는 적극적인 애라 그런지, 생일 초대나 계획도 화려했다.


이런 초대 문자가 왔다. 그나저나 23번째 생일에 초대받다니 장하다 나란 아줌마 ㅎㅎ


생일 초대를 위해 별도의 웹페이지까지 만들었고, 그 웹페이지에는 생일날 종일 계획이 지도와 함께 적혀 있었다. 아침 8시 15분에 시작되는 그 계획은 저녁식사까지 이어져 있었고, 생일 파티 참가 시 저녁은 필수지만 다른 일정은 자유롭게 참가하라고 했다. 생일 며칠 전에는 어떤 어떤 계획에 참여할지 수요 조사도 하고, 아무튼 에너지가 넘쳤다.


8시 15분에 시작이라니!


생일 선물을 어느 정도로 준비하면 될지 감이 없어서 다른 참석자에게 물어봤다. 친한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아주 가까운 게 아니면 보통 15-25불 사이의 선물을 준비한다고 했다. 고민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이중 유리컵의 2개들이 세트를 샀다.


만나자마자 선물을 주고, 생일자도 소소하게 준비한 답례품을 공유했다. 답례품을 받고 다들 즐거워하는 걸 보니 문화는 아니고 그냥 생일자가 준비한 것 같았다. 답례품은 소소했다. 자기가 받아보는 뉴요커지 과월호와 얼마 안 남은 밸런타인 용 작은 시판 캔디와 편지였다. 그래도, 예쁘게 포장하고 편지에는 인장까지 박아서 귀여웠다. ㅎㅎ 20대 중반이지만 아직 다들 이런 귀여움이 있다.


이런 상큼함이라니


아무튼 저녁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몇몇이 돈을 모아 선물로 사 온 케이크를 나눠 먹었고 헤어졌다. 생일자는 다른 일정이 있는지 먼저 일어섰고, 남은 사람들끼리 생일자를 제외하고 더치를 하기로 했다.


피자는 맛있었다 ㅎㅎ


이 부분이 전체 과정에서 제일 신기했다. 여기 생일 저녁은 생일자가 내는 게 아니고 참석자들이 더치를 했다. 사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생일 안내부터 "생일 파티가 하루 종일이라 돈이 많이 들 수 있겠지만 최대한 저예산으로 구성했고, 중간에 컵 케이크와 커피는 자기가 산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럼 저녁은 어쩌나 싶어서 찾아보니, 보통 저녁은 더치 페이였고, 온라인에는 친구 생일 파티에 얼마 정도 지출할 수 있는지 논쟁도 있었다. (딸내미 친구들의 경우를 보니 생일 때 간단히 음식을 내주던데, 또 중장년 층들은 생일 저녁 대접 형식이 다른지는 모르겠다.)


나도 소다 말고 칵테일 먹고 시프다…


적어도 나와 내 지인들은 누구 생일이라 만나면 저녁은 생일자가 커버하고 참가자들은 선물을 들고 오는데 의외였다. 누가 생일 저녁 비용을 내느냐만으로 생일의 느낌이 크게 달랐다. 한국에서는 생일 초대하면 내 생일이니 한 끼 대접하겠다는 느낌인데, 여기는 '내 생일이니까 와서 밥도 사주고 축하도 해줘' 느낌이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참가자가 생일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여기서는 참가자의 부담이 훨씬 커진다. 한국인 감성으로는 이러면 생일 초대... 도 아니구나, 생일날 만나자고 하기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진짜 축하해 줄 사람들만 모이는 거니 또 진짜 생일 파티 같으려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새로운 경험이라 재밌었다. ㅎㅎ


파릇파릇하니 재밌었다 ㅎㅎ


생일 초대를 받고 별 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소소하게 다른 문화도 발견하고 파릇파릇한 동기들의 생기도 느껴서 좋았다. 이제 여기에 꽤 적응했다 싶어도 가끔 접하는 이런 새로운 문화가 재밌다.


다음 주에는 갈렌타인이 두 번이나 예정되어 있다. 요새는 밸런타인데이 즈음해서 여자애들끼리만 모여서 파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갈렌타인이라고 한단다. 그건 또 어떨지 기대된다. ㅎㅎ


초대 문자, 얘네들은 초대할 때 다 이정도는 하나보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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