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Feb 19. 2024

이번엔 파티다, 갈렌타인 파티

미국생활 181일 차



어제는 갈렌타인 기념 저녁 모임이었는데 오늘은 파티였다. 동기 2명이 기숙사에서 진행하는 파티였는데 진짜 제대로였다. 참여자 입장에서 사전 준비할 것도 많았는데, (1) 사전에 이미지 게임 투표를 했고 (예를 들어 누가 공공장소에서 잘 것 같나 같은 질문. 내가 공동 1등을 했다 ㅋㅋ) (2) 발표 시간이 있으니 참여하라고 격려받았고 (3) 꽃을 하나씩 준비해 와서 랜덤 하게 뽑힌 내 상대에게 줘야 했다. (4) 아, 의상 코드는 파자마였다. 어떤 귀여운 파티를 하려는 건가 궁금했다. 사전에 참가비가 8불이 있었고, 금요일 저녁 8시에 모였다.


주최자 2명은 커플도 아닌데 같은 파자마를 맞춰 입고 있었다. ㅎㅎ 집 입구부터 분홍색 가리개를 붙여놨다. 식당에는 컵케익 꾸미기 액티비티용 홈메이드 컵케이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부엌에는 마실 것들이, 거실에는 후무스/ 치즈 같은 간단한 스낵들이 잔뜩 있었다.


막바지 준비에 바쁜 호스트들 ㅎㅎ 파자마를 귀엽게 맞춰입었다


시간 맞춰 도착한 건 나랑 나와 같이 간 아이들 뿐이라, 준비를 도왔다. 컵케이크 꾸미기 액티비티는 컵케이크 위에 프로스팅과 스프링클로 꾸미고 핫한 남자/ 여자 배우들의 사진이 붙여진 막대를 꽂는 거였는데, 그 막대 만들기를 했다. 여자들 사진도 일부 포함한 걸 보면서 역시 다양성의 나라구나 싶었다.


노동의 현장


9시쯤 되니 사람들이 거의 모였다. 제각각 수다 떠는 시간을 좀 갖다가 컵케이크 꾸미기를 하고, 이미지 게임 결과 발표를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다 각각의 깨알 같은 재미가 있었는데, 최고봉은 프레젠테이션이었다.


ㅋㅋㅋ


우선 주최자 중 한 명이 '어떻게 나쁜 남자를 피하는가'라는 주제로 개념 강의를 했고, 다음 발표자가 '내가 만난 나쁜 남자들'에 대한 사례 발표를 했다. 연애계에서 나온 지 오래된 나는 들으면서 정신이 혼미했다. 미국은 10년 전부터도 온라인 데이팅이 활성화되었고 지금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 같은데, 얘기를 들어보니 지뢰밭이었다. 알고 보니 (이혼 준비 중이라지만) 유부남, 다른 여자 카드 훔쳐서 쓰고 있는 남자, 차마 여기서 말할 수 없는 오만 미친놈들이 있었다. 이걸 실제 사례 겪으면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연민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감당 못한다. 농담 삼아 나는 지금의 결혼 상태를 반드시 유지해 나가겠다고 했다.


프리젠테이션 제목도 귀여움 ㅋㅋ


90년대부터 시대 별 로맨스 영화의 트렌드를 훑는 발표도 있었다. 20대 초반의 소녀들이 불같이 의견을 뿜어냈다. 2000년 대 생들이 나도 안 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그렇게 많이 봤을지 몰랐다. 그리고 다들 발표를 그렇게 잘하는지 몰랐다. ㅋㅋ 조모임 할 때는 다들 좀비처럼 있더니 이 자식들.. ㅎㅎ


로맨스 영화 트렌드 정리 ㅎㅎ


나는 11시가 넘어 체력 보전을 위해 나섰다. 나서기 전에 내가 준비한 꽃은 전달하고, 또 나를 위해 준비한 꽃을 받으면서 잠깐 수다를 떨었다. 보통은 서둘러 인사하고 빠져나가는 시간에,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포옹을 주고받으니 그것도 좋았다.


파티가 정말 잘 구성되고 재밌어서, 나도 이런 파티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뱃속의 둘째 낳고 한참 키우고나 가능하려나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갈렌타인 저녁 모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