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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r 24. 2024

미국과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 차이_240321

미국생활 216일 차


오늘 Application in climate and society 수업에서는 기후 관련 무슨 센터의 혁신 리드라는 사람이 와서 강연을 했다. 기후에 관련한 논의를 할 때 우리는 너무 유머도 없고 딱딱하다는 얘기로 강의를 시작하더니 2시간 40분 동안 주야장천 참여형 수업을 했다. 말이 수업이지 신입사원 입사 교육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1) '기후'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를 입력 + (2) 남들이 '기후'하면 떠올릴 것 같은 키워드를 입력 -> 다들 입력한 키워드를 공개해서 (1)과 (2)의 차이가 사실은 별로 없지만, 대부분 남들은 기후에 대해 나보다 더 객관적이고 딱딱하게 생각할 거라고 예상함.    

     팀을 짜서 각각 사회적 약자/ 정부/ 커뮤니티/ 시장/ 가족의 역할을 맡고, 사회적 약자에게 우선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하나씩 도움을 주도록 설정함. 재해가 닥치게 한 후 그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보라고 함.    

재해 이후 변화된 사회적 약자와 시장/ 정부/ 가족/ 커뮤니티 관계



하루종일 수업이 있는 날이라 피곤한데 내내 일어나서 뭘 하라고 하니 힘들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나오며 보니 대부분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게 돼서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나는 다들 기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니 어차피 기후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없고, 그렇다고 새로운 걸 배운 것도 아니니 크게 의미는 못 느꼈다. 그냥 기후 가지고도 이런 프로그램을 이렇게 구성할 수 있구나, 기후 관련 강의 같은 거 할 때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좋겠다 싶은 정도였다.


셋이 팀을 짜서 말 잇기 형식으로 기후 변화 관련 영화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라는 활동도 있었다. 너무 일어나기가 귀찮았다… ㅎㅎ


차이가 뭘까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역시 오늘 오전에 했던 Food systems 수업이 떠올랐다. 내가 관심이 많은 과목이라 그 수업에서는 나도 종종 질문을 하는 편인데 주로 궁금한 사실에 대해서만 질문을 한다. 그럼 교수는 간단하게 답을 해주고 넘어간다. 하지만 다른 애들이 가끔 말도 안 되는 논의를 던지면 엄청 흥미로워하며 토론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Food systems을 만드는데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대해 강의에서 어떤 애는 기업들은 진정성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건 애초에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진짜 뜬금없다고 생각이 들만도 한데 거기서부터 한참 논의가 시작된다. 교수의 반응도 이해가 간다. 그런 의견들이 굉장히 흥미로운 논의를 끌어낼 때도 있다. 가끔은 나도 참여해보고 싶은데 문제는 나는 그런 생각이 잘 안 든다. 주로 지식을 수용하는 쪽으로만 머리가 작동하고, 사실 관계 외에 다른 생각을 해내는 쪽으로는 머리가 움직이질 않는 듯하다.


미국 수업에서는 진짜 논의가 활발하다. 이래서 새로운 건 언제 배우나 싶을 만큼 내내 말도 안 되는 토론만 할 때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수업에 노출되다 보니 애들이 진짜 말이 청산유수다. (여기에 대해서는 전에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그만큼 애들이 확실히 논쟁이나 관련 사고도 더 잘한다. 아예 학습하는 뇌가 다르게 발달한 느낌이다. 그게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할 때는 갑갑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제발 말 좀 그만하고 일 좀 하자 싶고. 그런데 또 새로운 일을 해 낼 때는 또 미국 애들이 학습한 방식이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application 수업에 대해 나와 다른 애들의 반응이 나뉜 것도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얘네들은 참여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에 익숙하고 그런 교육에 가치를 두는 반면, 나는 그렇지 않은 거다. 물론 나는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겪어본 1X 년 차 시니컬한 직장인이고 얘네들은 꿈과 희망이 넘치는 20대 중반의 아이들이지만 그 차이보다는 문화의 차이가 좀 더 컸던 것 같다.


수업을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다음에 이런 수업이나 프로그램이 있으면 오픈 마인드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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