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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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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l 06. 2024

불꽃놀이 없는 미국 독립기념일_240704

미국생활 320일 차




원래 독립기념일 하면 불꽃놀이다. 뉴욕은 메이시스에서 하는 허드슨 강가 불꽃놀이가 유명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폭죽을 사서 밤새 터트려 댄다고. (메이시스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도 뉴욕의 시그니처라고 할만한 행사들을 하는데, 부산의 롯데처럼 진짜 지역 백화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의 나 같으면 보고 싶어 했겠지만, 지금은 만삭의 몸이라 일찍 잠드는 딸내미와 사람 많은 곳 싫어하는 남편이 아니라도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건 무리였다.


올해도 이렇게 했다고


아쉽지만 불꽃놀이는 유튜브로 보기로 하고 우리가 향한 곳은 ‘New York historical society’라는 박물관이었다. 맨날 가는 자연사 박물관 바로 옆에 있고 쿨 컬처 패스로 무료입장도 가능한데 지금까지 몰랐을 정도로 작은 박물관이다. 그래서 박물관 크기에 비해 현장이 너무 번잡하거나, 기대에 비해 별거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입구에서 깨알같이 빨강 파랑 하양 풍선을 든 링컨이 우리를 반겨주고 ㅎㅎ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1776년 복장을 한 직원은 둘이 그 시대에 먹은 음식을 팸플릿을 들고 설명해 주고, 아이들에게 장난감 음식재료들로 그 요리를 재현해 보도록 했다. 그 옆에서는 1776년 형식으로 손으로 열심히 저어 만든 (얼음 가득 넣은 통 가운데 작은 통에 아이스크림 재료들을 넣고 2시간을 저어 만든) 그 시대에 인기 있던 맛 (파마산 치즈맛/ 초코맛/ 딸기맛)의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맛볼 수 있었다.


이정도 노동이면 아이스크림 …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층 올라가면 1776년 당시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곳도 있었고, 미국 국기를 형상화한 장식품을 만드는 공간도 있었다.


딸내미가 만든 알 수 없는 장식품


지하에는 원래도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국과 관련된 퀴즈대회도 열렸다. 퀴즈는 ‘독립 기념일에는 애플파이를 많이 먹는데, 그 애플파이는 어디서 기원했을까요?’ 같은 거였는데, 나도 모르는 답을 여기 참가한 5-7살 정도 되는 애들이 알리가 없어서, 잠깐만 앉아 있으면 선물을 막 나눠줬다. ㅎㅎ 굉장한 행사는 아니지만 박물관 사이즈에 맞게 아기자기한 행사들이라 귀여운 맛이 있었다.


상품으로 나눠주던 바람개비. 이걸 돌리며 노는 딸내미를 보니 신기했다. 일년 전까지 영어 한마디도 못했던 딸내미가 지금은 영락없이 미국애 같다.


전시들도 잠시 봤는데 의외로 알찼다. 뉴욕에 있던 티파니 앤 코 갓등 공장에서 만들던 각종 디자인 갓등들의 전시가 있었고, 뉴욕 스타일로 발전한 은식기류들의 전시도 있었다. (여기서도 티파니 앤 코 세션이 있었다. 뉴욕과 티파니는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만든 예쁜 생활 용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인테리어 용품에 관심 없는 남편조차 흥미로워했다.


너무 예쁜 등. 보석 같이 예뻐서 티파니 물건이란데 위화감이 생각보다 적었다.


3시간만 잘 때우고 들어와도 하루가 잘 간다. 애 있는 집은 독립기념일이고 자시고 어떻게든 휴일 하루 잘 보내는 게 최고다. ㅎㅎ 오늘이 징검다리 휴일이라 내일도 금요일이지만 서머캠프를 안 가는데, 아침에는 불꽃놀이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야지. (라고 생각하고 딸내미한테 얘기까지 해놓고, 나는 다음날 홀랑 까먹고 학교에 갔다. 혼자 나와의 약속을 기억한 딸내미는 아빠한테 동영상 보자고 했다가, 동영상만 보려는 애가 돼서 아빠한테 혼나고. 돌아오니 아이는 대성통곡하고 있었다. 만삭 엄마의 기억력이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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