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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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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15. 2024

뉴욕에서 셀프 이사 + 큰 고비는 넘겼다_240813

미국생활 358일 차




어젯밤엔 이사하다 애 낳을까 봐 걱정이 돼서 잠도 안 왔다. 어제 산부인과에서 이사한다는 얘기를 했더니 의사가 기겁을 해서 더더욱 겁이 났다. 아주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이사를 마쳤다. 이 것만 해도 진짜 이번 이사 대 성공이다. 집을 더 늦게 구했으면 진짜 위험할 뻔했다.


이사는 100% 셀프였다. 하다못해 이사 박스도 하나 둘 모은 택배 박스로 해결했다. 트럭은 남편이 직접 빌려왔고. 맨해튼은 소량 셀프 이사가 워낙 많은 곳이라 그런지 시스템이 잘되어있었다. 우리 집에서 도보 거리에 트럭 대여소가 있었고, 이사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도 그곳에서 한 번에 구매할 수 있었다. 제일 작은 트럭 하나를 한나절 빌리는 비용도 50불 정도밖에 안 됐다. (사용 거리에 비례해 증가하는데, 우리는 워낙 가까운 거리를 이용하긴 했다.)


이만한 소형 트럭을 빌렸다.


여기저기 도움을 얻어서 수월하게 이사할 수 있었다. 일단 딸내미 친구네서 딸내미를 아침 9시 반부터 3시까지 맡아줬다. 심지어 자기가 픽업하겠다고, 아침부터 우리 집에 와서 애를 데리고 가줬다 ㅠㅠ 덕분에 어른 한 명의 노동력을 확보했다. 그리고 엄마아빠가 주요 노동자로 활동해 줬다. 양쪽 집 근처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남편은 주로 트럭 운전을 맡았고, 트럭을 빌려오는 사이에 엄마아빠가 이삿짐을 내놓고 트럭을 돌려주러 간 사이에 이삿짐을 새 집에 넣어뒀다.


눈물나게 고맙다 ㅜㅜ 무슨 인복이람


나도 제 역할을 못하고 애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도움들이 없었으면 진짜 택도 없었을 게, 생각보다 짐이 진짜 많았다. 올 때 분명 트렁크 4개에 선박택배 3개만 가지고 왔고, 커피 포트도 없이 전자레인지에 물 하나 끓여 먹고 프라이팬 하나로 토스트도 하고 생선도 굽고 하며 살았는데 짐이 밑도 끝도 없이 나왔다.


이거의 두배가 있었다. 테트리스를 해서 겨우 트럭에 다 넣었다.


집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처음에 짐들을 넣으니 집에 아예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그래도 오후 4시쯤 되니 얼추 사람 사는 집이 되었다. 이사의 신비, 수납의 신비다.


큰 걱정거리를 하나 해결하고 나니 진짜 마음이 후련해졌다. 이대로 잘 순 없어서, 딸내미가 잠들고 피곤한 남편을 붙들고 탄산음료에 감자칩을 먹었다. 아 진짜 이런 맘 편한 순간이 오다니.


조촐한 뒷풀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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