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11일 차
뉴저지에 있는 리버티 사이언스 센터를 다녀왔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과학 체험관이라고 예전부터 들었는데 뉴저지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첫째 친구네가 태워줄 테니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으면 끝까지 안 가봤을 것 같다.
처음에는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여전히 몸이 성치 않아 가서 걸어 다닐 자신이 없었고, 수유 중인데 장시간 외출하면 내 가슴이 버텨낼까 싶었다. 여기서는 플레이데이트 정도는 부모 성별 가리지 않고 하는 편이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집에서 하는 플데도 엄마/ 딴 집 아빠가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남편을 보낼까 하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도전했다.
그러길 천만다행이지. 맨해튼의 교통체증은 역시 날로 볼게 아니다. 유대교 명절이라 학교는 쉬었지만 분명 평일이고 출퇴근 시간은 피했는데도 차가 움직이질 않았다. 툭하면 신호에 걸리거나, 길이 헷갈려 잘못 들거나, 도로가 공사 중이라 폐쇄 됐거나. 출발 전 네비에서 편도 38분이랬는데, 1시간 20분이 걸렸다. 그래도 애들은 애들끼리 놀고, 나랑 그 엄마는 또 우리끼리 수다 떨며 시간을 잘 보냈다. 그 엄마가 유대인이라 오늘(Rosh Hashanah)이 유대교 새해고 달콤한 새해를 위해 사과를 꿀에 찍어 먹는다, 열흘 후에는 Yom Kippur라는 속죄일이 있어 24시간 단식을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리버티 사이언스 센터는 이름 그대로 리버티 오브 스태츄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곳에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과 맨해튼 빌딩들이 허드슨 강 건너로 한눈에 보여 위치부터가 좋았다.
미니 동물원, 공룡 발굴 체험, 화산 폭발 체험, 에너지 생산 체험 (오일 채굴, 태양광 발전, 원자력 발전 등등) 엄청 다양한 주제로 체험할 거리들이 있었다. 미국 최대 플라네타리움 등 추가 티켓을 구매하고 가야 하는 곳들도 있었는데, 그 외 체험 만으로도 하루가 꽉 찼다. 딸내미가 제일 좋아했던 건 오일 채굴 체험이었다. 엄마는 기후 전공인데 ㅋㅋ
미국 답게 아직 3주도 넘게 남은 핼러윈도 벌써 기념하고 있었다. 덕분에 중간중간 당에 절여진 딸내미는 두 배로 잘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규모가 큰 과학 테마 키즈카페였고, 미국으로 치면 필라델피아의 프랭클린 인스티튜트랑 비슷했다. 그래도 워낙 경치도 좋고 플라네타리움이나 3D 쇼, (못 가봤지만) 어른을 위한 전시도 있어서 뉴욕에 있고 애가 있으면 한 번 가볼 만한 것 같다.
나는 생각보다 잘 다녀왔다. 비록 나중에 가슴이 너무 불어 손이 안 올라갈 지경이었고 다리가 아파 유모차를 가져가 중간중간 앉아있어야 했지만 끝까지 해냈다. 장장 6시간을 외출하다니. 나도 이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 기뻤다. 둘째도 젖병 수유를 어려워하긴 했지만 나름 잘 있었다. 둘째는 뱃속에서 꺼낸 후부터 내내 붙어있고 떨어져 봤자 2-3시간이었는데 엄청난 발전이다. 생각해 보면 첫째 때도 50일 즈음에 처음으로 반나절 외출을 했다. 이 즈음이 처음으로 떨어질 수 있을 법한 시기인가 보다. 이렇게 점차 나아지는구나 싶다가도 진짜 시간이 빠르구나, 빠르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