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주차] 패밀리를 위한 패밀리 레스토랑

음식임신일기

by 솜대리




정말 오랜만에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평일에는 세끼 모두 회사에서 먹기 때문에 주말에는 가능하면 집밥을 해 먹거나 좋아하는 식당을 찾아가는 편이지만, 피곤해서 그런지 둘 중 어떤 것도 할 기력이 없었다. 남편을 시켜볼까 배달을 시킬까 하다가 패밀리 레스토랑을 떠올렸다. 집 가까이 있고 주차 걱정 없으며 아는 맛이니 크게 실패할 일 없다. 마침 점심 때니 런치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딱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하며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갈 때면 항상 묘하게 향수에 젖는다. 10년도 더 된 대학시절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학식이나 매점, 기껏해야 학교 앞 백반집에서 사 먹던 시절 패밀리 레스토랑은 특별한 장소였다. 특별한 날이나 누군가 거하게 사주는 날에나 갈 수 있었다. 대학 시절을 통틀어 두 번인가 학교 선배가 패밀리 레스토랑을 사준 적이 있었는데, 잘 얻어먹고 나오면서 동기들과 '이 선배는 부자인가 봐' 하고 쑥덕거렸던 기억이 난다. 사회인이 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더 이상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학생 때의 기억 때문인지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면 괜히 기분이 남달랐다. 대학 친구들과 만났을 때 괜히 옛날을 떠올리며 방문했고 빵을 포장하지 않는 우리를 보며 '성공했다'라고 킥킥거리곤 했다.


1 [2].jpg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빵. 학생 때는 이 빵도 꼭 여러 개 챙겨 와서 기숙사 친구들과 나눠먹곤 했다.


그렇게 패밀리 레스토랑은 십여 년 간 추억의 장소였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추억의 장소라기 보단 아이와 함께 올만한 장소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기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잠깐의 대기를 마치고 식당에 들어가자 입구부터 유아용 의자가 가득했고, 자리까지 가는 동안에도 유아용 의자를 나르는 직원들과 어린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는 가족들이 잔뜩 눈에 띄었다. 메뉴판을 열었을 때도 아이를 위한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식당 여기저기에 아이가 있는 가족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띄었고, 실제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오늘 패밀리 레스토랑을 선택한 이유, 주차나 호불호 없는 맛 등도 모두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오기 좋은 이유가 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들은 대개 차로 움직일 테고, 집에서 먹던 것과는 다른 음식이지만 아이들도 좋아할 맛에, (특히 점심때) 여럿이 먹기에 부담이 크지 않은 가격이다. 그러고 보니 이 곳은 이름 자체가 패밀리 레스토랑, 가족 식당이었다!


2 [2].jpg 어린이를 위한 키즈 메뉴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그토록 오랫동안 패밀리 레스토랑을 다니면서 이런 걸 거의 생각한 적 없다는 게 오히려 놀라웠다. 사람은 정말 자신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보는 모양이다.


바꿔서 말하면, 요즘 부쩍 못 보던 것들이 보인다. 30년 넘게 살아온 세상이 갑자기 새로워진 느낌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익숙한 공간이 달라 보이는가 하면 육아용품 시장 같이 모르던 세계들도 발견하고 있다. 같은 직장, 같은 집에서의 생활이 지속되면서 최근 부쩍 변화를 꿈꿔왔다. 낯선 외국으로 이직을 하거나 다른 동네로 이사를 꿈꿔보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반드시 물리적 이동을 해야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요즘, 가만히 있는 데도 세상이 마구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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