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주차] 균을 키워보다! 식초 담그기

음식임신일기

by 솜대리




발효음식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약 한 달, 드디어 생각을 실천에 옮겨보았다.



첫 번째 도전의 대상은 식초! 가장 일상적인 발효식품인 만큼 평소에도 관심이 컸다. 때 마침 서울 식문화 혁신센터에서 식초 강의가 있었다. 한 번짜리 수업이긴 했지만 식초 만들기의 시작부터 배울 수 있는 강의였다. 식초는 술을 발효시켜 만드는 데 바로 이 술 빚기부터 시작했다. 강의 시간 중에 현미와 토마토로 술을 빚었고, 이걸 집으로 가져가서 앞으로 어떻게 발효시켜야 하는지 배웠다.


빚어온 술.jpg 강의에서 빚어온 술. 왼쪽 두개가 현미, 오른쪽이 토마토로 빚은 술이다.


강사 분은 발효는 인간이 아니고 자연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집으로 3주 간의 발효 과정을 지켜보며 그 말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흔히 발효를 '시킨다'라고 한다. 하지만 발효는 시키는 것보다 지켜보는 것에 가까웠다. 현미와 토마토로 술을 빚은 건 나였고, 잘 발효될 환경에 두는 건 나였다. 하지만 그 외에 나는 지켜보는 것 밖에 하는 일이 없었다.


첫 1주일, 현미와 토마토가 술이 되는 동안 살아 움직이는 효모를 보았다. 저절로 거품이 일었고 그 힘으로 병 안에서 액체가 스스로 순환했다. 현미 알갱이와 토마토 간 것이 위아래로 춤을 췄다. 집안은 향긋한 술냄새로 차올랐다. 임신 중 술을 못 마시니 그 냄새가 더더욱 향긋하게 느껴졌다.


발효를 시작한 지 하루만에 술에서 거품이 조금씩 올라온다.


일주일이 지나 술을 걸렀다. 안타깝게도 내가 직접 마시지 못하니 남편에게 시음을 시켰다. 내가 술을 조금 따라 건네자 마치 못 마실 것을 준 듯 '... 이거 꼭 마셔야 해?'라고 겁을 내긴 했지만 결국 마셔주었다. 반응을 보니 어느 정도 술 비슷하긴 한 모양이었다. 면포로 현미와 토마토 건더기를 거르고 종초(살균되지 않은 생 식초)를 추가해 식초 발효를 시작했다.


거른 술.jpg 걸러낸 술. 뽀얀 색이 막걸리스럽다!


결론부터 말하면 식초 발효는 실패했다. 술이 식초가 되기 위해서는 초산균이 표면에 막을 형성해야 하는데, 나한테는 초산 막이 아닌 산막이 생겼다. 흔히 말하는 잡균이 생긴 것이다. 온도가 맞지 않았거나, 당분이 과했거나, 종초가 부족했을 수 있다. 한 번 생긴 산막은 깨고 또 깨고, 걷어내고 또 걷어내도 다시 생겼다. 한번 생긴 균은 내 손으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산막.jpg 하얗게 생겨버린 산막


아이를 키워본 분들은 흔히 내가 낳고 키운 아이도 내 마음대로 안된다고 한다. 발효 과정에서 내 손으로 빚은 액체가 제대로 술이 되기도 하고 식초가 되려다 말기도 하고 하는 걸 보며 아이를 키우고 지켜보는 것도 이런 일일까 싶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그 모든 과정이 흥미롭고 의미 있었던 만큼 아이 키우는 것도 그럴까? 뭐, 아직 첫 실패라 이렇게 생각을 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번 식초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부디 제대로! 아이도 식초도 열심히 키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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