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주차] 아찔한 아이스 음료

음식임신일기

by 솜대리




며칠 전부터 아랫배가 당긴다. 운동을 심하게 하고 난 다음날의 느낌이다. 근육이 팽팽하게 당기고 아프다. 걸을 때도 어기적어기적 걷게 된다.



처음엔 별일 아니겠거니 했다. 다른 임산부들도 임신 후기가 가까워지면 걸음걸이가 바뀐다. 나도 임신 8개월이니 걸음걸이가 바뀔 때도 되었다. 하지만 걸음걸이야 그렇다 쳐도 며칠 째 아랫배가 당겼다.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임신 후 건강에 대해서는 가능한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인터넷에는 정보가 너무 많아 어차피 봐도 판단이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나와 관련 없는 경우인 줄도 모르고 지레 겁을 먹게 마련이다. 처음 아이를 임신한 소심한 임산부인 나는 항상 보고 나면 후회를 했다. 그래서 병원에 문의했으면 했지 다시는 인터넷을 찾아보지 말아야지 하지만 항상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어디가 조금만 안 좋아도 마음이 조마조마해져서 금세 인터넷을 검색해보게 된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랫배가 당기는 건 자궁 수축이라고 한다. 조금 쉬어도 수축이 계속되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배가 당기는 게 처음이라 이게 자궁수축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었다. 고민을 하다가 일단 병원을 가지는 않기로 했다. 병원을 가려면 회사도 쉬어야 하는데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만큼 배 땡김이 심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일단은 무리하지 않기 위해 저녁에 하던 임산부 요가를 끊고 외출도 줄인 상태로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여기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한 번 검색을 시작했더니 멈출 수가 없었다. 키워드를 바꾸고 카테고리를 바꿔가며 자궁수축에 대해 찾아봤다. 역시 수많은 정보가 있었다. 자궁수축을 막기 위해 먹어야 할 음식, 가릴 음식, 취해야 할 자세 등등 수많은 주의사항들이 있었다. 신경 쓰는 게 더 안 좋을 것 같아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역시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인터넷에 나온 수많은 주의사항 중 하나는 아이스 음료를 마시지 말란 것이었다. 찬 음식은 자궁수축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날씨도 덥고 임신 후 열도 많아져 아이스 음료를 입에 달고 살던 중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더워서 한 잔, 점심 먹고 다 같이 카페에 갔을 때 한 잔, 하루 적어도 두 잔은 마시고 있었다. 카페에 가면 자연스레 "아이스...."라고 운을 띄우고 후다닥 메뉴를 고르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스 음료를 마실 수 없었다. 정말 먹고 싶지가 않았다. 분명 더워서 땀이 나는데도 '아이스...'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아이스 음료를 상상만 해도 속에서 안 받는 느낌이었다. 아이스 음료가 해롭다는 그 순간부터 자연스레 모든 음료는 따뜻한 걸로 먹었다. 결코 아이스를 안 먹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심지어는 회의 중 누군가 아이스 음료를 잔뜩 사 왔는데, 한 번 입만 대고 너무 차가워서 먹지 못했다.


아이스 음료뿐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본 오만가지 경고들이 내 삶을 뒤흔들었다. 결국 병원에 갔다. 처음 생각대로 별일 아니었다. 태동 검사까지 모두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30주 차 정도 되면 흔히 나타나는 Y존 통증일 거라고 진단 내렸다. 아이가 무거워지면서 자연스레 하복부 근육이 결리는 증상이라고 한다.


(사진출처: Medical news today)


진료실을 나오는데 그렇게 발걸음이 가벼울 수 없었다. 통증은 여전했고 걸음걸이는 여전히 뒤뚱거렸지만 몸도 마음도 가뿐해졌다. 대기를 오래 해서 그런지 목이 말랐다. 병원을 나오자마자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허브티를 한 잔 샀다. 갈증도 더위도 한입에 가셨다. 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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