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순간
노른자에 대한 입장은 세 가지로 나뉜다. 완숙파, 반숙파, 노른자 싫어파.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절대적인 반숙파다. 보들보들 촉촉한 노른자와 탱글탱글한 흰자의 조합이 좋다. 여기에 적절한 소금 간까지 더해지면 그보다 좋을 수 없다.
하지만 가끔은 완숙 계란이 좋을 때가 있다. 완숙 계란에는 왠지 모를 따스함이 있다. 특히 계란을 오래 삶아 노른자 주변이 푸른색이 된 것을 보면, 어렸을 때 엄마와 동생과 앉은뱅이 식탁에 둘러앉아 먹던 계란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향수에 젖어 감상이 미각을 압도하는 때만큼은 완숙 계란이 좋다. 예를 들면 바로 오늘 같은 날.
휴가차 벌교 보성여관에 왔다. 100년 가까이 된 일본식 목재 주택이다. 아침, 식당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맞고 있자니 토스트와 커피와 계란으로 구성된 간단한 아침이 나왔다. 계란을 까 보자 노른자 주변이 푸르렀다. 오늘 내 마음에 쏙 드는 계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