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임신일기
아무래도 인정해야겠다. 난 정말 가만있질 못한다. 결국은 임신 9개월 차에 떡 수업을 듣고야 말았다.
임신 기간 내내 떡을 배우려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잦은 야근과 출장 탓에 수업을 들을 수 없었는데 야근도 출장도 없는 임신기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미 9개월에 접어들어 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날짜와 시간도 딱 맞고 강사 분도 내가 좋아하는 떡집 사장님이었다.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힘은 들었다. 수업을 들으려면 혼잡한 출근시간에 1시간 반을 걸려 서울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힘든 건 둘째치고 대중교통에서 투명인간이 되는 건 항상 스트레스다. 어디 쪽에 서든 눈치가 보여 일부러 문 앞에 자리 잡곤 한다.) 서서 실습하기도 만만치 않았고, 조리학과 강의실의 대형 가스레인지에서 나는 가스 냄새도 신경 쓰였다.
하지만 즐거움이 훨씬 컸다. 강의 장소에 가는 1시간 반은 오늘 배울 떡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었고, 3시간의 실습시간은 힘든 줄도 모르고 빨리 지나갔다. 하나의 쌀가루가 조리법에 따라 경단도 되었다가 단자도 되었다가 주악도 되는 게 신기했다. 떡을 전문으로 하려면 떡 만드는 법뿐 아니라 쌀가루를 내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게 복잡했지만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만삭이 되고 출산이 코 앞으로 다가오며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래서 줄곧 그 변화에 맞추어 내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변화가 있어도 나는 나였다. 만삭이 되고 몸이 무거워져도 나는 떡순이고 가만히 못 있고, 새로운 걸 배우며 즐거워했다. 감당할 수 있는 한, 나는 여전히 나여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