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에 맛을 들인 건 유럽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부터다. 일이 일찍 마치면 마트 구경을 하곤 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치즈 코너가 유달리 흥미로웠다. 유럽 마트의 치즈 코너는 우리나라 마트의 정육 코너 같은 느낌이었다. 진열대에 수많은 종류의 치즈가 있고 조금 큰 마트에는 상주 직원도 있다. 물어보면 치즈 추천과 소개도 해줬고 원하는 만큼만 잘라 팔았다. 고르는 재미도 있고 혼자 먹을 만큼만 사기도 쉬워 매일 조금씩 치즈를 사 먹다 보니, 나중에는 치즈 자체에 빠졌다. 고소한 치즈 한쪽에 와인 한 잔이면 하루의 피로가 가시고 몸이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유럽 한 마트의 치즈 코너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치즈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치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예전엔 백화점 수입 코너에 가야 몇 안 되는 진짜 치즈를 살 수 있었고 이 마저도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근래에는 수입되는 치즈도 늘었고 직접 치즈를 만들어 파는 치즈 메이커들도 늘었다.
우리나라 치즈 메이커 중 한 명인 치즈플로 조장현 셰프의 강의가 있었다. 치즈 마니아로서, 발효 음식을 공부하기 시작한 꿈나무로서, 그리고 치즈플로 팬으로서 놓칠 수 없었다. 2번에 걸친 수업은 치즈 개요, 모짜렐라와 부라타 치즈 만들기 실습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치즈 개요 수업을 진행하는 조장현 셰프
치즈 개요 수업은 치즈에 대한 기초 강의에 여러 가지 치즈에 대한 비교 시식으로 구성되었다. 여러 가지 치즈를 동시에 늘어놓고 먹는 건 처음이라 신이 났다. 와인까지 두 종류 주는데 아예 안 받긴 아쉬워서 향만 맡겠다며 조금 받았다. 와인과 치즈는 대표적인 꿀 조합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식거리 중 하나다. 치즈를 시식하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손이 자꾸 가서 결국엔 와인잔을 뒤로 치워버려야 했다.
시식했던 치즈들
모짜렐라와 부라타 실습수업 때는 시간 제약 상 커드를 치즈 모양으로 빚기만 했다. 모짜렐라는 동그랗게 부라타 치즈는 만두처럼 빚으면 되는데, 생각보다 훨씬 안 빚어지는 치즈 때문에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발효 음식 공부를 하면서 발효 음식을 한 번씩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이었지만 치즈는 아무래도 포기해야겠다.
간신히 빚어낸 부라타 치즈
치즈 수업 덕분에 오래간만에 맛있는 치즈를 실컷 먹었는데, 먹고 나니 더 많이 먹고 싶다. 와인과 치즈의 꿀 조합을 얼른 다시 느끼고 싶다. 수업에서 배운 치즈 산지도 가고 싶고 현지의 치즈 교육도 듣고 싶다.
몸은 무거운데 하고 싶은 일들은 늘어만 난다. 임신을 하면 아이에게 집중하게 될 줄 알았다. 나같이 하고 싶은 게 많고 항상 바쁜 사람도 엄마가 되면 관심이 아이에게 쏠리면서, 자연스레 아이에게 집중하는 삶에 적응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만삭인 지금도 만삭이 나는 변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아야 달라질까? 아이를 낳고도 그대로면 어떻게 하지? 다들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