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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 #06.요즘 리더들이 자주 하는 오해

(이미지 출처: unsplash)


요즘 리더들 참 힘들다. 본인들의 예전 시절을 되돌아보면, 그 당시 리더들은 편해 보였는데, 정작 자기가 그 자리에 와 보니 전혀 다른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숨겨진 전제는, 후진국일수록 리더가 되면 편하고, 선진국일수록 리더가 되면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리더들은 후진국 시절의 선배 리더들을 본 것이고, 본인은 선진국 시절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왜 하필 나 때에. 하지만 어쩌겠는가, 시대를 탓할 수밖에. 하지만 후진국에서 선진국까지의 전 과정을 한 세대 만에 경험한 집단은 세계 역사에서도 이들이 유일할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요즘 리더들은 위 아래로 치인다. 예전 선배들에게서 배운 리더십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연하고, 후배들을 보면 이해 안 되는 것 투성이다. 예전처럼 일방적 지시만으로 일을 할 수 없기에, 야근과 회식이 당연하던 시대가 아니기에,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하기에, 요즘 리더들은 나름 구성원들에게 잘해 주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


어떤 리더는 맛집에서의 회식으로 구성원들과 친해지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직원들은 그거 별로 안 좋아한다. 이들은 먹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 적도 없고, 고기라면 무조건 좋아하던 세대도 아니다. 더군다나 폭음을 혐오한다. 어설프게 그런 자리에서 뭔가 해 보려다가 오히려 말실수나 불미스런 일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 어떤 분은 후배들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취미가 뭔지, 생일이 언제인지, 주말에는 뭐 하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직원들은 이런 거 정말 싫어한다. 가족도 아닌데, 왜 자꾸 가족처럼 구는지 이해를 못 한다. ‘일=인생’이었던 시대와 ‘일과 인생은 반드시 분리하고 싶어하는’ 현재는 이전과 프라이버시의 경계선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요즘 리더들은 어찌 해야 하는가?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일=인생`…이 생각으론 리더 오래 못한다 - 매일경제 (mk.co.kr)


첫 번째는 리더의 전문성과 역량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직원들이 화 안 내고 질책 안 하는 상사를 좋아할 것이라는 것은, 많은 리더들이 오해하는 첫 번째 지점이다. 그들이 원하는 리더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똑똑한 리더다. 농업적 근면성으로 움직이던 사회에서는 결국 누가 더 오래 일하느냐의 문제였다면, 이제 52시간 이상의 근면은 불법이다. 요즘 직원들이 똑똑한 리더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래야 자기들이 헛일하지 않고, 야근 하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 절약을 위해 똑똑한 리더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리더가 아무리 똑똑해도, 무례하면 안 된다. 요즘 리더들은 학창 시절, 그리고 회사 입사한 이후에도, 무수히 혼나고 참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무시와 모욕, 심지어 신체적 폭력까지도 일상이었던 후진국 일터였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상대방에게 인간적 모욕, 능력에 대한 무시, 언어적 폭력을 동반한다면 요즘 직원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왜? 그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기에, 또한 그런 언행은 나쁜 것이고, 불법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리더들은, 2~30년 동안 몸에 밴 스타일을 바꾸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자기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가볍게 농담한 건데, 사람들이 자기를 오해한 것이라고 속상해 한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리더들, 조직들과 함께 일하면서 내린 결론은, 리더십의 여러 영역들 중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리더 본인의 노력에 의해서 어느 정도 변화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구성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려는 모습”은 리더가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업무의 방향이나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기, 복잡한 사안의 핵심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적시에 의사결정하기”등 업무 측면에서의 리더십 역량의 개선이 훨씬 더 어려웠다. 리더십이 잘 발휘되기 위한 전제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관심이다.


끝으로 리더들의 세 번째 오해는, 젊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거나 또는 그럴 생각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 3년차 이하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그 좋은 직장을 몇 해 안에는 그만 두겠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자기가 원하는 다른 일을 해 보기 위해서란다. 심지어 아무런 준비 없이 일단 사표부터 내는 사례도 주변에 꽤 있다.


하지만 리더들이 볼 때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은 그 직원들이, 그 일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자신의 향후 경력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기꺼이 열과 성을 다한다는 점을 리더들은 간과하고 있다. 그들이 왜 그렇게 할까? 능력을 키워서, 몸값을 높여서, 이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자신은 소중하니까! 이들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다. 그리고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리더들 세대에서는 가능한 한 직장에 오래 있는 것이 유능함이었다면, 반대로 요즘 직원들은 무능하니까 직장을 옮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둘 중에서 어떤 것이 맞다고 판단하지 말자. 하지만 누가 뭐라든 미래의 주역은 그들이고, 리더인 나의 역할은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의 리더십이 안녕해진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좋은 리더란, 업무에 대해 신속 정확한 핵심 파악이 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인격적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동시에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 않다면 세대 차이를 탓하기 전에, 내가 그들에게 일의 의미를 주고 있는지 먼저 자문해야 한다.


리더 본인은 그동안 회사 생활하면서, 선배가 일의 의미를 알려 주지 않아도 스스로 찾았고, 비인격적 의사소통에 대해서 무던히도 인내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왜 나는 요즘 직원들에 대해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을 수도 있다. 그건 후배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리더가 그렇게 해야만,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고, 리더가 그 자리에 더 오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억울한 마음이 남는다면, 리더십 이슈가 아니라, 앞으로 당신에게 남은 많은 시간들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인생 수업으로 생각하자. 왜? 리더인 당신이 퇴직 이후 만나게 되는 인간관계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김도환 박사가 매일경제신문에 기고(2022.07.07)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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